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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고체물리 7.15

비결정 고체

7부는 지금까지 결정만 다뤘다. 격자와 기저(7.1), 역격자와 브릴루앙 영역(7.2), 블로흐 정리(7.7) — 전부 “원자가 주기적으로 놓여 있다”는 가정 위에 서 있고, 그 주기성이 파수 k\mathbf k 라는 좋은 양자수를 주었다. 이 장은 그 가정을 버린다. 비결정 고체(noncrystalline solid), 곧 원자 배열에 장거리 주기가 없는 고체 — 유리, 비정질 반도체, 비정질 금속 — 가 주제다.

주기성을 버리면 잃는 것이 분명하다. 역격자가 없으니 브릴루앙 영역도 없고, E(k)E(\mathbf k) 밴드 구조도 없고, 브래그 봉우리도 없다. 그런데 남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원자 하나에서 본 가까운 이웃의 배치 — 결합 길이, 배위수, 결합각 — 는 결정과 거의 같다. 이 단거리 질서(short-range order)가 밴드 간극을 살려 두고, 열용량의 큰 그림을 살려 두고, 회절 패턴에 넓은 고리를 남긴다. 이 장의 여섯 절은 “무엇을 잃고 무엇이 남는가”를 하나씩 확인하는 순서다.

  • 1절 구조를 어떻게 재는가 — 방사 분포 함수와 그 푸리에 짝인 회절 강도.
  • 2절 왜 결정이 되지 않는가 — 점성이 시간을 얼려 버리는 유리 전이.
  • 3절 대표 사례 하나 — 비정질 SiO₂의 연속 무작위 망. 게이트 산화막이 바로 이것이다.
  • 4절 전자는 어떻게 되는가 — 밴드 꼬리, 국소화, 이동도 간극.
  • 5절 반도체가 되게 만드는 손질 — 수소가 댕글링 본드를 지우는 a-Si:H.
  • 6절 결정에 없는 것 — 두 준위계가 만드는 저온 열용량과 열전도.

반도체 칩은 결정 실리콘 위에 서 있지만, 그 위에 얹히는 것은 거의 전부 비정질이다. 게이트 산화막 SiO₂(18.6), 층간 절연막과 스페이서 SiN(18.11), high-k HfO₂(18.12)가 비정질이고, 디스플레이 백플레인의 a-Si:H TFT(16.3)와 박막 태양전지(17.7), 상변화 메모리의 비정질 GST(15.11)가 비정질이며, 포토레지스트(18.15)는 고분자 유리다. 이온주입은 실리콘을 일부러 비정질로 만들었다가 다시 결정으로 되돌린다(18.8). 비정질을 다루지 않고는 공정의 절반을 설명할 수 없다.

표기는 Kittel 19장을 따른다. 아래 표는 이 장에서 헷갈리기 쉬운 기호를 미리 모아 둔 것이다 — 특히 KK 가 두 뜻으로 쓰인다는 점을 먼저 알아 두어야 한다.

기호읽는 법무엇인가단위
K\mathbf K, KK산란 벡터1절. K=k′−k\mathbf K=\mathbf k'-\mathbf k, K=4πsin⁡θ/λK=4\pi\sin\theta/\lambdaÅ⁻¹
KK열전도도6절. Kittel 5장·19장의 표기. 산란 벡터와 글자가 같다W m⁻¹ K⁻¹
k\mathbf k, kk파수 벡터전자·포논·광자의 파수. 비정질에는 좋은 양자수가 아니다Å⁻¹
kBk_B볼츠만 상수언제나 첨자 B를 붙인다J K⁻¹
ρ(r)\rho(r), ρ0\rho_0원자 밀도한 원자에서 거리 rr 인 곳의 평균 원자 수밀도 / 시료 전체의 평균Å⁻³
g(r)g(r)쌍 분포 함수ρ(r)/ρ0\rho(r)/\rho_0. 멀리서 1로 간다—
S(K)S(K)구조 인자원자 하나당 산란 강도를 f2f^2 로 나눈 것. 결정의 SGS_{\mathbf G} (7.2.6)와 다른 정의—
η\eta점성2절. 전단 응력 / 전단 변형률 속도Pa·s (= 10 P)
TgT_g, TmT_m유리 전이 온도 / 녹는점2절K
EcE_c, EvE_v이동도 끝4절. 결정의 밴드 끝과 같은 글자지만 뜻은 “전도가 시작되는 에너지”eV
E0E_0우르바흐 에너지4절. 밴드 꼬리의 지수 감쇠 폭meV
D+,D0,D−D^{+}, D^{0}, D^{-}댕글링 본드5절. 전자 0·1·2개를 가진 미결합 궤도—
UU상관 에너지5절. 같은 결함에 전자를 하나 더 넣는 비용eV
Δ\Delta, Δ0\Delta_0, EE비대칭 / 터널링 진폭 / 준위 간격6절. 두 준위계. E=Δ2+Δ02E=\sqrt{\Delta^2+\Delta_0^2}J 또는 K
ℓ\ell평균 자유 행로6절. 포논이 산란 없이 가는 거리m
ξ\xi상관 길이 / 국소화 길이1절에서는 질서가 유지되는 거리, 4절에서는 국소 파동함수의 감쇠 길이Å
λ\lambda파장 / 터널링 지수1·3절에서는 X선·빛의 파장, 6절에서는 두 준위계의 장벽 지수 λ=d2mV0/ℏ\lambda=d\sqrt{2mV_0}/\hbarm / —
κ\kappa, κT\kappa_T유전 상수 / 등온 압축률3·6절. 공정 문헌의 관용 표기(low-κ\kappa)와, 첨자 TT 가 붙은 압축률— / Pa⁻¹
DD확산 계수2절. 5절의 댕글링 본드 D0D^{0} 과 글자가 같다m² s⁻¹
BB(세 가지 상수)2절 VFT 식의 상수 · 4절 Anderson 조건의 띠 폭 · 4절 타우크 식의 기울기. 자리마다 밝힌다—
τ\tau전단 응력 / 시간 상수2절 첫 등장만 응력, 그 뒤(2·5·6절)는 완화·트랩 시간 상수Pa / s
aa원자 반지름 / 선형 열용량 계수2절 스토크스 반지름, 6절 C=aT+β′T3C=aT+\beta'T^3 의 aam / J g⁻¹ K⁻²

주기가 없으면 무엇으로 구조를 말하는가

섹션 제목: “주기가 없으면 무엇으로 구조를 말하는가”

결정의 구조는 격자 벡터 세 개와 기저 원자 몇 개의 좌표로 끝난다(7.1.1). 비정질에는 그런 유한한 목록이 없다 — 원자 102210^{22} 개의 좌표를 다 적어야 구조가 정해지고, 그것은 시료마다 다르다. 그래서 통계로 말한다. 원자 하나를 원점에 놓고, 거리 rr 인 곳에 다른 원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모든 원자에 대해 평균한 것이 원자 밀도 함수 ρ(r)\rho(r) 이다. 반지름 rr, 두께 drdr 인 껍질 안의 평균 원자 수는

dN=4πr2ρ(r) drdN = 4\pi r^2\rho(r)\,dr

이고, 앞의 4πr2ρ(r)4\pi r^2\rho(r) 을 방사 분포 함수(radial distribution function, RDF)라 한다. 시료 전체의 평균 밀도를 ρ0\rho_0 이라 하면 ρ(r)\rho(r) 은 멀리서 ρ0\rho_0 으로 가고, 그 비 g(r)=ρ(r)/ρ0g(r)=\rho(r)/\rho_0 이 쌍 분포 함수다. g→1g\to1 이 “먼 곳은 평균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말이고, 그 수렴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가가 질서의 길이를 잰다.

7.1.1격자와 기저 7.2.5산란 진폭과 푸리에 해석

결정에서는 ρ(r)\rho(r) 이 델타 함수의 열이다 — 최근접 거리 r1r_1 에 Z1Z_1 개, 둘째 껍질 r2r_2 에 Z2Z_2 개, 하는 식으로 무한히 이어지고 폭은 열진동만큼만 있다. 비정질에서는 첫 껍질은 거의 그대로 남고, 둘째부터 넓어지며, 대여섯 원자 거리 너머는 4πr2ρ04\pi r^2\rho_0 의 포물선에 묻힌다. 그림 1이 사면체 배위 반도체(a-Si) 모형으로 그린 이 대비다.

r (Å) 4πr²ρ(r) (Å⁻¹) 2 4 6 8 20 40 60 4πr²ρ₀ 2.35 Å, Z = 4 결정 — 껍질마다 막대 (높이 ∝ 배위수 Z) 비정질 첫 껍질: 위치도 넓이도 거의 그대로 셋째 껍질(4.5 Å)이 사라진다 — 이면각이 제멋대로 여섯 원자 거리 너머는 평균 밀도의 포물선에 묻힌다 결정과 비정질의 방사 분포 함수 — 같은 사면체 배위, 다른 기억 길이 단거리 질서(첫 껍질)는 지키고 장거리 질서(먼 껍질)는 잃는다 — 이것이 비정질의 정의다
그림 7.15-1. 결정과 비정질의 방사 분포 함수. 결정 Si의 껍질(2.35·3.84·4.50·5.43·5.92 Å, 배위수 4·12·12·6·12)을 막대로, 같은 사면체 배위를 가진 비정질 모형을 연속 곡선으로 그렸다. 첫 껍질은 위치도 넓이도 거의 같고, 둘째 껍질은 넓어지며, 셋째 껍질(4.5 Å)은 사라진다. 곡선은 껍질 모형(figures/src/_am_model.py)이고 실측이 아니다.직접 작도

이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이 셋이다.

  1. 첫 봉우리의 위치와 넓이가 결정과 같다 — 결합 길이가 같고, 봉우리 아래 넓이를 세면 배위수 Z1=∫첫 봉우리4πr2ρ dr≈4Z_1=\int_{\text{첫 봉우리}}4\pi r^2\rho\,dr\approx4 도 같다. Kittel이 드는 비정질 Ge의 실측이 이것이다: 첫 봉우리 2.45 Å에 배위수 3.9 — 결정 Ge의 2.45 Å, 4와 구별되지 않는다.
  2. 둘째 봉우리는 넓다. 둘째 이웃 거리는 결합 길이 r1r_1 과 결합각 θ\theta 로 r2=2r1sin⁡(θ/2)r_2=2r_1\sin(\theta/2) 이므로, 결합각이 퍼지면 r2r_2 가 퍼진다. 폭에서 결합각의 산포를 읽는다 — a-Si·a-Ge에서 약 ±10∘\pm10^\circ.
  3. 셋째 봉우리가 없다. 결정 Ge의 4.7 Å 껍질이 비정질에는 없다. 셋째 이웃 거리는 결합 둘을 잇는 이면각(dihedral angle)이 정하는데, 그 각이 제멋대로면 거리가 4~5.5 Å 사이에 고르게 퍼져 봉우리가 지워진다. 사면체 배위는 지키면서 이면각을 풀어 놓은 것 — 이것이 비정질 반도체의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한 말이고, 3절의 연속 무작위 망이 그 모형이다.

회절은 방사 분포 함수의 푸리에 변환을 잰다

섹션 제목: “회절은 방사 분포 함수의 푸리에 변환을 잰다”

ρ(r)\rho(r) 은 직접 볼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재는 것은 회절이다. 7.2.5의 산란 진폭 F(K)=∑jfj e−iK⋅rjF(\mathbf K)=\sum_j f_j\,e^{-i\mathbf K\cdot\mathbf r_j} 를 그대로 쓰되, 이번에는 원자 자리 rj\mathbf r_j 에 주기가 없다. 여기서 K=k′−k\mathbf K=\mathbf k'-\mathbf k 는 산란 벡터 (들어온 파수 k\mathbf k, 나간 파수 k′\mathbf k', 탄성 산란이라 크기는 같다)이고, 산란각 2θ2\theta 에서 K=4πsin⁡θ/λK=4\pi\sin\theta/\lambda 다. 단원자 시료(fj=ff_j=f)의 산란 강도는

I(K)=∣F∣2=f2∑j∑le−iK⋅(rj−rl)I(\mathbf K)=|F|^2=f^2\sum_{j}\sum_{l}e^{-i\mathbf K\cdot(\mathbf r_j-\mathbf r_l)}

이다. j=lj=l 인 항 NN 개는 각각 1이다. j≠lj\ne l 인 항은 원자 쌍의 거리 벡터 rjl=rj−rl\mathbf r_{jl}=\mathbf r_j-\mathbf r_l 에만 걸리는데, 비정질은 등방적이라 rjl\mathbf r_{jl} 의 방향이 모든 방향에 고르게 분포한다. 크기가 rr 인 벡터를 방향에 대해 평균하면

⟨e−iK⋅r⟩방향=14π∫0πe−iKrcos⁡α 2πsin⁡α dα=sin⁡KrKr\bigl\langle e^{-i\mathbf K\cdot\mathbf r}\bigr\rangle_{\text{방향}} =\frac{1}{4\pi}\int_0^{\pi}e^{-iKr\cos\alpha}\,2\pi\sin\alpha\,d\alpha =\frac{\sin Kr}{Kr}

가 된다 — 평면파를 구면 위에서 평균하면 0차 구면 베셀 함수가 나온다(1.5.8). 원자 하나에서 본 다른 원자의 수가 4πr2ρ(r) dr4\pi r^2\rho(r)\,dr 이므로, 이중합을 적분으로 바꾸면

I(K)Nf2=1+∫0∞4πr2ρ(r) sin⁡KrKr dr\frac{I(K)}{Nf^2}=1+\int_0^\infty 4\pi r^2\rho(r)\,\frac{\sin Kr}{Kr}\,dr

이다. 이것이 Kittel 19장의 회절 공식이고, 액체 산란의 Zernike–Prins 식이다. 오른쪽 적분에서 ρ(r)\rho(r) 의 평균 부분 ρ0\rho_0 은 K=0K=0 에만 뾰족한 전방 산란을 주므로 (시료 전체의 크기가 만드는 봉우리라 빔 안에 묻힌다) 빼 버리고, 남는 것을 구조 인자라 부른다:

S(K)≡I(K)Nf2∣K≠0=1+∫0∞4πr2[ρ(r)−ρ0]sin⁡KrKr drS(K)\equiv\frac{I(K)}{Nf^2}\bigg|_{K\ne0} =1+\int_0^\infty 4\pi r^2\bigl[\rho(r)-\rho_0\bigr]\frac{\sin Kr}{Kr}\,dr 1.5.8베셀 함수(제1·2종·수정·구면) 7.2.6구조 인자와 소멸 법칙

S(K)−1S(K)-1 은 r [ρ(r)−ρ0]r\,[\rho(r)-\rho_0] 의 푸리에 사인 변환이다. 사인 변환은 자기 자신이 역변환이므로 (1.10.3), 뒤집으면

4πr2[ρ(r)−ρ0]=2rπ∫0∞K[S(K)−1]sin⁡Kr dK4\pi r^2\bigl[\rho(r)-\rho_0\bigr]=\frac{2r}{\pi}\int_0^\infty K\bigl[S(K)-1\bigr]\sin Kr\,dK

가 된다. 회절 강도를 재서 이 적분을 하면 방사 분포 함수가 나온다 — 그림 1이 그림 2에서 나오는 길이 이것이다. 실제로는 KK 를 무한대까지 잴 수 없어서(X선 파장으로 K≲15K\lesssim 15 Å⁻¹) 적분이 잘리고, 잘린 자리가 ρ(r)\rho(r) 에 가짜 잔물결을 만든다. 실측 RDF의 첫 봉우리 앞에 보이는 작은 진동은 대개 이것이다.

K (Å⁻¹) S(K) 1 2 3 4 5 6 7 1 2 3 S → 1 (111) (220) (311) 결정 — 브래그 봉우리 비정질 첫 고리: 폭 ΔK ≈ 2π/ξ ξ = 질서가 살아 있는 거리 S(0) ≈ 0 (압축률 극한) 큰 K: 첫 껍질의 폭 σ₁ 이 감쇠 e^(−K²σ₁²/2) 를 정한다 그림 1의 두 분포를 푸리에 변환한 회절 강도 (K = 4π sinθ/λ) 봉우리가 넓은 것은 결함이 아니라 정보다 — 넓이의 역수가 질서의 길이다
그림 7.15-2. 그림 1의 두 분포에 대응하는 회절 강도. 결정의 브래그 봉우리(막대, 다이아몬드 Si의 허용 반사)와 비정질 모형의 S(K)(곡선)를 같은 K 축에 놓았다. 비정질 곡선은 그림 1의 껍질 모형을 위의 식으로 그대로 변환한 것이다. 첫 고리가 (111)·(220) 봉우리 자리에 넓게 서고, 둘째 고리가 (311) 근처에 서며, 큰 K에서는 첫 껍질의 폭이 정한 속도로 1에 잦아든다. 실측 a-Si의 첫 고리(K ≈ 2.0 Å⁻¹, S ≈ 1.7)는 이 모형보다 높은데, 그 높이를 세우는 것은 모형에 넣지 않은 4 Å 너머의 중거리 질서다.직접 작도

반도체에서 — 비정질인지 확인하는 일

섹션 제목: “반도체에서 — 비정질인지 확인하는 일”

칩에서 회절로 비정질을 확인하는 상황은 두 갈래다. 하나는 비정질이어야 하는 막이 결정화되지 않았는가 — high-k HfO₂는 열처리에서 단사정으로 결정화하면 결정립계가 누설 경로가 되고 유전율이 갈라지므로(14.5.4), 얇은 막의 GIXRD(스침각 X선 회절)로 고리가 봉우리로 변하는 온도를 잡는다. 다른 하나는 결정이어야 하는 막이 비정질로 남지 않았는가 — 이온주입으로 비정질화한 실리콘이 고상 에피택시로 되돌아왔는지(18.8.7), 레이저 결정화한 poly-Si가 얼마나 큰 결정립을 얻었는지(16.3.4)를 같은 도구로 본다. 두 경우 모두 “고리의 폭 ΔK\Delta K 가 무엇을 뜻하는가”가 판독의 전부다.

유리는 결정화할 시간을 얻지 못한 액체다

섹션 제목: “유리는 결정화할 시간을 얻지 못한 액체다”

액체를 식히면 녹는점 TmT_m 에서 결정이 되는 것이 열역학의 답이다 — 결정이 자유에너지가 낮으니까. 그런데 결정이 되려면 핵이 생기고 자라야 하고(8.6.1), 그것은 원자가 제자리를 찾아 옮겨 앉는 일이라 시간이 든다. 식는 속도가 그 시간보다 빠르면 액체는 결정을 만들지 못한 채 계속 식고, 어느 온도 아래에서는 원자가 실험 시간 안에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구조가 액체인 채로 굳은 고체다. 이것이 유리(glass)의 정의다 — 결정화 없이 녹는점 아래로 식어 굳은 액체. Kittel의 표현으로 “유리는 그것이 나온 액체의 무작위 구조를 가진다”.

“움직이지 못한다”를 수로 말하는 양이 점성 η\eta 다. 판 사이에 액체를 두고 위판을 속도 vv 로 끌 때 필요한 전단 응력이 τ=η (dv/dy)\tau=\eta\,(dv/dy) 이고, 단위는 Pa·s다(cgs로 포아즈, 1 P = 0.1 Pa·s). 물은 10−310^{-3} Pa·s, 꿀은 10 Pa·s, 녹는점 부근의 SiO₂ 융액은 10610^{6} Pa·s다. 관습적으로

η(Tg)=1012 Pa⋅s  (=1013 P)\eta(T_g)=10^{12}\ \text{Pa·s}\;(=10^{13}\ \text{P})

가 되는 온도를 유리 전이 온도 TgT_g 로 정한다. 왜 하필 이 값인가 — 아래에서 보듯 이 점성에서 구조가 재배열되는 시간이 사람이 실험하는 시간(분~시간)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TgT_g 는 물질의 상수가 아니라 “이 냉각 속도에서는 여기서 굳었다”는 기록이다.

원자 하나가 이웃 자리로 뛰어 옮기는 호핑 속도를 점성으로 어림하자. 반지름 aa 인 입자가 점성 η\eta 인 액체 안에서 확산하는 계수는 스토크스–아인슈타인 관계

D=kBT6πηaD=\frac{k_BT}{6\pi\eta a}

로 주어진다(아인슈타인 관계 D=μkBTD=\mu k_BT — μ\mu 는 이동도, 6.6.11의 수송 과정과 11.2.7 — 에 스토크스 항력 6πηa6\pi\eta a 를 넣은 것). 한 번 뛰는 거리를 aa 로 보면, 확산 계수와 뛰는 속도 ν\nu 사이의 무작위 행보 관계(6.1.2) D≈νa2D\approx\nu a^2 에서

ν≈Da2=kBT6πηa3\nu\approx\frac{D}{a^2}=\frac{k_BT}{6\pi\eta a^3}

이다. T=1500T=1500 K, a=0.25a=0.25 nm, η=1012\eta=10^{12} Pa·s 를 넣으면 ν≈10−4\nu\approx10^{-4} s⁻¹ — 한 원자가 몇 시간에 한 번 뛴다. 같은 식에 물의 값(η=10−3\eta=10^{-3}, T=300T=300 K)을 넣으면 101010^{10} s⁻¹로, 분자가 나노초마다 자리를 바꾼다. 유리 전이는 이 속도가 14자릿수 떨어지는 사건이고, 그 사이에 결정이 될 기회가 있었는지가 유리가 되느냐를 정한다.

6.1.2무작위 행보와 이항 분포 6.6.11기체 운동론과 수송 과정

같은 이야기를 완화 시간으로도 할 수 있다. 점성 액체에 전단 변형을 갑자기 걸면 응력이 τ완화=η/G∞\tau_{\text{완화}}=\eta/G_\infty 의 시간 상수로 풀린다(맥스웰 모형; G∞≈1010G_\infty\approx10^{10} Pa는 순간 전단 탄성률). η=1012\eta=10^{12} Pa·s면 τ완화≈100\tau_{\text{완화}}\approx100 s — 역시 실험 시간이다. 두 어림이 같은 결론을 준다: TgT_g 는 구조 완화 시간이 관측 시간과 같아지는 온도다. 식히는 속도를 10배 올리면 관측 시간이 10배 줄고 TgT_g 가 몇 K 올라간다 — 로그로만 움직이므로 실용적으로는 거의 상수처럼 보이지만, 증착 박막처럼 “냉각 속도”가 원자 단위로 극단적인 경우에는 이 차이가 밀도·응력으로 남는다(3절).

강한 유리와 약한 유리 — 무엇이 유리를 만드는가

섹션 제목: “강한 유리와 약한 유리 — 무엇이 유리를 만드는가”

점성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오르는가는 물질마다 다르다. log⁡η\log\eta 를 Tg/TT_g/T 에 대해 그린 것이 그림 3의 Angell 도표다. 오른쪽 끝 Tg/T=1T_g/T=1 에서는 정의에 의해 모든 곡선이 101210^{12} Pa·s에서 만난다. 왼쪽 끝(T→∞T\to\infty)에서는 어느 액체든 η∞≈10−5\eta_\infty\approx10^{-5} Pa·s — 원자가 진동 주파수마다 뛰는 극한 — 로 간다. 그 사이의 모양이 갈린다.

  • 강한(strong) 유리 — SiO₂, GeO₂, BeF₂. 아레니우스 직선 η=η∞exp⁡(Ea/kBT)\eta=\eta_\infty\exp(E_a/k_BT) 로, 활성화 에너지 하나가 전 구간을 설명한다. SiO₂의 EaE_a 는 약 5 eV — Si–O 결합 하나를 끊는 데 가까운 값이다. 녹는점(1996 K)에서 이미 10610^{6} Pa·s라 처음부터 끈적하다.
  • 약한(fragile) 유리 — 유기 액체(o-터페닐, 고분자), 대부분의 금속 유리, 이온성 융액. 높은 온도에서는 보통 액체처럼 묽다가 TgT_g 에 다가가며 급히 굳는다. Vogel–Fulcher–Tammann 식 η=η∞exp⁡[B/(T−T0)]\eta=\eta_\infty\exp[B/(T-T_0)] 이 맞고, 유효 활성화 에너지가 온도를 내릴수록 커진다.
Tg​/T log₁₀ η (Pa·s) 0 0.2 0.4 0.6 0.8 1 -4 0 4 8 12 η = 10¹² Pa·s — 유리 전이의 정의 보통 액체 (η ≈ 10⁻² Pa·s) 강한 유리 — SiO₂, GeO₂ 아레니우스: 기울기 하나, 활성화 에너지 하나 약한 유리 — 유기 액체, 금속 유리 VFT: T₀ 에 다가가며 활성화 에너지가 커진다 중간 Tg​ 녹는점 부근에서 10⁶ 배 차이 점성으로 본 유리 형성 — 강한 유리와 약한 유리 녹는점에서 이미 끈적한 액체(SiO₂)는 결정을 만들 시간을 못 얻는다 — 유리가 되는 첫째 이유
그림 7.15-3. 점성의 Angell 도표. 가로축은 T_g/T, 세로축은 log₁₀η. 강한 유리(SiO₂)는 아레니우스 직선이고, 약한 유리(유기 액체·금속 유리)는 VFT 곡선으로 T_g 직전에 급히 오른다. 녹는점 부근(T_g/T ≈ 0.55~0.7)에서 두 부류의 점성이 10⁶ 배 갈리는 것이 '왜 SiO₂는 저절로 유리가 되고 금속은 10⁶ K/s로 급랭해야 하는가'의 답이다.직접 작도

강한 유리가 강한 이유는 구조에 있다. SiO₂는 3절에서 보듯 모든 원자가 공유 결합 망에 매여 있어, 원자가 뛰려면 결합을 끊어야 하고 그 비용(EaE_a)이 온도와 무관하다. 약한 유리는 분자·원자가 반데르발스 힘이나 금속 결합처럼 방향성 없는 힘으로 묶여 있어, 온도를 내리면 원자가 서로 얽혀 협동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유효 장벽이 자란다. 반도체 공정에서 마주치는 유리는 대부분 강한 쪽(SiO₂, SiN, 비정질 Si)이지만, 포토레지스트는 약한 쪽(고분자, Tg≈100∼150 ∘T_g\approx100{\sim}150\ ^\circC)이다 — 노광 후 베이크(PEB) 온도를 TgT_g 근처로 잡는 이유가 “산이 확산할 만큼만 사슬을 풀어 준다”는 것이고(18.15), TgT_g 를 넘기면 패턴이 흘러내린다.

Kittel은 이 자리에서 비정질 강자성체를 다룬다. Fe₈₀B₂₀ 같은 금속 유리는 급랭으로 얻고, 결정 이방성이 없어 자기적으로 부드럽다(보자력이 작다). 교환 상호작용(7.13.8)은 최근접 이웃 사이의 일이라 장거리 질서가 없어도 살아남고, 퀴리 온도와 스핀파(7.13.10)도 거의 그대로다 — 이 역시 “단거리 질서만으로 되는 것은 남는다”의 예다. 결정립계가 없어 자벽이 걸릴 데가 없으므로 변압기 철심의 손실이 결정 규소강의 1/3이다. 자세한 것은 8.6.9와 8.13에 미룬다.

연속 무작위 망 — Zachariasen의 네 규칙

섹션 제목: “연속 무작위 망 — Zachariasen의 네 규칙”

비정질 SiO₂(용융 실리카, vitreous silica)는 가장 오래 연구된 유리이고, 반도체에서는 게이트 산화막·층간 절연막·STI 충전재·광섬유로 가장 많이 쓰이는 비정질 고체다. 그 구조의 표준 모형이 Zachariasen(1932)의 연속 무작위 망(continuous random network, CRN)이다. 골자는 한 문장이다 — 결정과 같은 다면체를, 결정과 같은 꼭짓점 공유 방식으로 잇되, 다면체 사이의 각도만 풀어 놓는다.

SiO₂에서 다면체는 SiO₄ 사면체다. 결정 석영에서도, 유리에서도

  • Si는 O 넷에 둘러싸여 있고(4배위), Si–O 거리는 1.62 Å, O–Si–O 각은 사면체각 109.5°에서 몇 도 안에 있다 — 사면체 하나는 단단하다.
  • O는 Si 둘을 잇는 다리(bridging oxygen, 2배위)이고, 사면체끼리는 꼭짓점 하나(O 하나)만 공유한다.
  • 다른 것은 Si–O–Si 각 하나다. 석영에서 144°로 고정된 이 각이 유리에서는 120°~180° 사이에 퍼지고, 그 중심은 역시 144° 근처다(Mozzi–Warren, 1969의 X선 RDF). 두 사면체가 공유 O를 축으로 도는 비틀림각(이면각)은 아예 제멋대로다.

Zachariasen은 이 구조가 되려면 산화물 AmOnA_mO_n 이 만족해야 할 조건을 넷으로 적었다: ① O 하나는 양이온 둘 이하에 결합한다, ② 양이온의 배위수는 작다(3 또는 4), ③ 다면체는 모서리·면이 아니라 꼭짓점만 공유한다, ④ 다면체마다 꼭짓점 셋 이상이 공유되어 3차원 망이 된다. SiO₂·GeO₂·B₂O₃·P₂O₅가 이것을 만족하는 망 형성체(network former)이고, 이 규칙을 만족하는 산화물이 실제로 유리가 된다는 것이 규칙의 근거다. 그림 4는 Zachariasen이 논문에 그린 2차원 비유 — 3배위 양이온 AA 와 2배위 다리 OO 로 된 A2O3A_2O_3 망 — 를 다시 그린 것이다.

결정 — 육각 고리만 결합 길이 1, 결합각 120°, 어디서나 같다 연속 무작위 망 — 5·6·7각 고리 결합 길이는 그대로, 각도와 고리 크기만 퍼진다 A (Si의 2차원 대역 — 3배위) O (다리 원자 — 2배위) 단거리 질서는 같고 장거리 질서만 다르다
그림 7.15-4. Zachariasen 식 2차원 그림. 왼쪽은 결정(벌집 격자 — 모든 고리가 6각), 오른쪽은 같은 원자·같은 결합 길이로 짠 연속 무작위 망. 오른쪽은 왼쪽 망에 결합 회전(Stone–Wales) 셋을 넣고 흔든 뒤 '결합 길이는 세게, 결합각은 약하게' 묶는 용수철로 이완시켜 만들었다 — 만드는 규칙이 곧 구조의 정의다. 5·6·7각 고리가 섞였고, 결합각이 조금씩 다르며, 원자마다 배위수는 결정과 같다.직접 작도

밀도가 이 구조의 첫 번째 결과다. 석영 2.65 g/cm³, 크리스토발라이트 2.33, 용융 실리카 2.20 — 무작위 망은 같은 사면체를 더 성기게 잇는다. Si–O–Si 각이 클수록 Si–Si 거리 rSi–Si=2×1.62 A˚×sin⁡(ϕ/2)r_{\text{Si–Si}}=2\times1.62\,\text{Å}\times\sin(\phi/2) 가 커지므로, 각 분포의 평균이 곧 밀도를 정한다. 유리의 밀도가 크리스토발라이트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한때 “유리 = 크리스토발라이트 미세결정”이라는 가설의 근거였는데, 1절에서 말한 대로 RDF의 4 Å 너머가 그 가설을 기각했다 — 미세결정이라면 있어야 할 셋째·넷째 껍질이 없다.

반도체에서 — 게이트 산화막이 비정질이어야 하는 이유

섹션 제목: “반도체에서 — 게이트 산화막이 비정질이어야 하는 이유”

열산화(18.6)로 자란 SiO₂는 밀도 2.2~2.27 g/cm³의 용융 실리카형 CRN이고, 실리콘 위에 놓인 절연막 중 유일하게 “완벽한 계면”을 만든다. 왜 결정 산화막이 아니라 비정질이 이 자리를 차지했는가를 구조에서 읽어 보자.

  • 부피 변화를 각도가 흡수한다. Si 원자 하나가 SiO₂가 되면 부피가 2.2배로 는다(18.6.1). 결정 산화막이라면 이 부피 팽창이 실리콘 격자와 맞지 않아 계면에 전위가 빽빽이 박혀야 한다. CRN은 Si–O–Si 각 분포를 조금 좁히는 것으로 이 응력을 받아 낸다 — 남는 압축 응력은 3×1083\times10^{8} Pa 정도이고, 계면의 어긋난 결합(댕글링 본드, PbP_b 중심)은 5절에서 보듯 수소로 지울 수 있는 101210^{12} cm⁻² 수준으로 끝난다.
  • 결정립계가 없다. 다결정 절연막의 결정립계는 누설 전류의 경로이자 붕소 같은 도펀트가 게이트에서 채널로 새는 통로다(14.5.4). 비정질에는 그런 특별한 경로가 없어 어디나 같은 막이다 — 등방적이고, 단차를 따라 고르게 덮인다.
  • 전자 구조가 간극을 지킨다. SiO₂의 9 eV 간극은 Si–O 결합·반결합 준위의 갈라짐에서 나오고 (4절의 “간극의 두 기원” 중 둘째), 그것은 사면체 하나 안의 일이라 무작위 망에서도 그대로다. 간극 안에 남는 것은 망의 결함 — 산소 공공, 비가교 산소, Si–Si 결합 — 뿐이고, 이것이 13.3.2의 산화막 전하와 13.4.4의 산화막 트랩이다.

high-k HfO₂(14.5.4)가 겪는 어려움이 정확히 이 항목들의 뒤집힌 판이다. HfO₂는 망 형성체가 아니다 — Hf는 배위수 7~8로 Zachariasen 규칙 ②를 어긴다 — 라서 증착 직후에는 비정질이어도 500 °C 열처리에서 단사정으로 결정화하고, 결정립계가 누설·전하 포획·문턱 전압 산포의 원인이 된다. 대응은 망 형성체를 섞어 비정질을 붙들어 두는 것이다: HfSiO, HfSiON, Al 첨가. 유리 화학의 “안정화제”가 그대로 소자 공정의 언어가 된다.

얼어붙은 밀도 요동 — 광섬유의 손실 하한

섹션 제목: “얼어붙은 밀도 요동 — 광섬유의 손실 하한”

Kittel 19장의 마지막 절이 광섬유다. 이 장의 구조 이야기가 소자 성능의 하한을 직접 정하는 드문 예라서 여기에 붙인다.

액체 안에서는 밀도가 열적으로 요동한다. 부피 VV 안의 상대 밀도 요동은 등온 압축률 κT\kappa_T 로

⟨(δρρ)2⟩=kBT κTV\Bigl\langle\Bigl(\frac{\delta\rho}{\rho}\Bigr)^2\Bigr\rangle=\frac{k_BT\,\kappa_T}{V}

이다(6.1.5의 요동 공식을 밀도에 쓴 것). 결정이 되면 이 요동은 사라지지만, 유리가 되면 TgT_g 에서의 요동이 그대로 얼어붙는다. 얼어붙은 밀도 요동은 굴절률 요동이고, 빛에게는 파장보다 훨씬 작은 산란 중심의 무작위 분포다 — 곧 레일리 산란이 일어나 세기가 λ−4\lambda^{-4} 로 감쇠한다. 용융 실리카 광섬유의 손실 스펙트럼은 세 항의 합이다:

α(λ)=Aλ4+αOH(λ)+B e−λ0/λ\alpha(\lambda)=\frac{A}{\lambda^4} +\alpha_{\text{OH}}(\lambda) +B\,e^{-\lambda_0/\lambda}

첫째가 레일리 산란(A≈0.8A\approx0.8 dB km⁻¹ μm⁴), 둘째가 잔류 OH의 흡수(1.38 μm 봉우리), 셋째가 Si–O 진동의 다중 포논 흡수 꼬리(2 μm 너머에서 급히 자란다). 첫째와 셋째가 만나는 1.55 μm에서 손실이 최소 0.2 dB/km — 100 km를 가도 세기가 1/100로 줄 뿐이다. 이 최소는 재료 상수이지 공정 결함이 아니다: A∝Tg κT n8p2A\propto T_g\,\kappa_T\,n^8p^2 라서, TgT_g 를 낮추는 첨가물(알칼리, 불소)이 손실을 조금 줄인다는 것까지 식이 말해 준다.

6.1.5평균값과 요동

같은 물리가 칩 안에서도 작동한다. 실리콘 광집적 회로의 SiO₂ 클래딩·도파로(17.5)에서 산란 손실의 바닥이 이 레일리 항이고, 그 위에 측벽 거칠기 산란이 얹힌다. 레일리 항은 파장을 늘리는 것 말고는 줄일 수 없지만, 거칠기 항은 공정으로 줄일 수 있다 — 어느 쪽이 지배하는지 가르는 것이 도파로 손실 분석의 첫 단계다.

두 가족 — 사면체 배위와 칼코겐

섹션 제목: “두 가족 — 사면체 배위와 칼코겐”

비정질 반도체는 결합 방식으로 두 부류로 나뉜다.

  • 사면체 배위 — a-Si, a-Ge, a-SiC, 그 합금. 4배위 공유 결합 망이고 2절에서 본 대로 융액에서 얻을 수 없어 증착·이온 충격으로 만든다. 순수한 a-Si는 5절에서 보듯 결함이 너무 많아 반도체 구실을 못 하고, 수소를 넣은 a-Si:H가 되어야 쓸모가 생긴다.
  • 칼코겐 유리 — Se, As₂Se₃, As₂S₃, GeSbTe(GST). 6족 원소(칼코겐)가 2배위 사슬·고리를 만들고 As(3배위)·Ge(4배위)가 그것을 잇는다. 융액에서 유리가 되므로 급랭·재결정을 반복할 수 있고, 그 가역성이 상변화 메모리(15.11.2)의 원리다. Kittel이 드는 응용은 비정질 Se를 쓴 제로그래피(복사기 드럼)다 — 어두울 때 절연체이고 빛을 받으면 전도해 표면 전하를 지우는 광전도체. 같은 a-Se가 오늘날 평판 X선 검출기(17.1)의 광전도층이다.

배위수에는 Mott의 8−N 규칙이 있다. 원자가 전자가 N≥4N\ge4 개인 원자는 공유 결합을 8−N8-N 개 만든다: Si·Ge는 4, As·P는 3, Se·S는 2. 결정에서는 격자가 배위수를 강제하지만(예: 결정 Si 안의 P는 격자 자리에 앉아 억지로 4배위가 되고, 남는 전자 하나가 도너가 된다), 비정질에서는 원자마다 자기 원자가를 만족하는 배위수를 골라 잡을 자유가 있다. 그래서 a-Si 안의 P는 3배위로 앉아 도너가 되지 않는다 — 비정질 반도체를 도핑할 수 없다는 것이 1970년대 중반까지의 상식이었고, 그것을 뒤집은 것이 5절의 a-Si:H다.

간극은 왜 살아남는가 — 간극의 두 기원

섹션 제목: “간극은 왜 살아남는가 — 간극의 두 기원”

밴드 이론(7.7)에서 에너지 간극은 두 가지 그림으로 나왔다.

  1. 근사 자유 전자 그림(7.7.2): 주기 퍼텐셜이 브릴루앙 영역 경계에서 전자파를 브래그 반사시켜 정상파 둘로 갈라 놓고, 그 에너지 차가 간극이다. 이 간극은 주기성의 산물이다.
  2. 강결합 그림(7.8.1): 이웃 원자의 sp³ 궤도가 겹쳐 결합·반결합 준위로 갈라지고, 결합 준위들이 원자가띠, 반결합 준위들이 전도띠로 넓어진다. 간극은 결합–반결합 갈라짐에서 띠 폭을 뺀 나머지이고, 그것은 이웃과의 결합의 산물이다.

비정질에서 첫째는 사라진다 — 역격자가 없으니 브래그 반사할 면이 없다. 둘째는 남는다 — 사면체 배위와 결합 길이가 결정과 같으니 결합·반결합 갈라짐도 같다. Weaire와 Thorpe(1971)는 이것을 정리로 만들었다: 4배위 망이면 어떻게 이어져 있든, 강결합 해밀토니안의 두 파라미터(원자 안 sp³ 궤도 사이의 섞임 V1V_1, 이웃 사이의 결합 적분 V2V_2)가 ∣V2∣>2∣V1∣|V_2| > 2|V_1| 을 만족하면 스펙트럼에 간극이 열린다. 간극이 있는 데는 주기가 필요 없고, 배위만 있으면 된다. a-Si의 광학 간극이 결정 Si(1.12 eV)보다 오히려 큰 1.7 eV인 것은 결합각 무질서와 수소가 띠 폭을 줄이기 때문이지, 간극의 기원이 달라서가 아니다.

7.7.2근사 자유전자 모형과 에너지 갭의 기원 7.8.1강결합 근사

무질서는 밴드 끝을 국소화한다 — 이동도 끝

섹션 제목: “무질서는 밴드 끝을 국소화한다 — 이동도 끝”

간극이 남는다고 결정과 같지는 않다. 무질서가 밴드의 끝을 두 가지로 바꾼다.

첫째, 밴드 끝이 뭉개져 꼬리(band tail)가 간극 안으로 뻗는다. 결합각·결합 길이가 원자마다 조금씩 다르면 결합·반결합 준위도 원자마다 조금씩 달라, 결정에서는 날카롭게 끝나던 띠 가장자리가 지수함수로 스러진다:

N(E)=Nc e−(Ec−E)/E0c(E<Ec),N(E)=Nv e−(E−Ev)/E0v(E>Ev)N(E)=N_c\,e^{-(E_c-E)/E_{0c}}\quad(E < E_c),\qquad N(E)=N_v\,e^{-(E-E_v)/E_{0v}}\quad(E > E_v)

이 꼬리를 우르바흐 꼬리(Urbach tail), 폭 E0E_0 을 우르바흐 에너지라 한다(NcN_c, NvN_v 는 이동도 끝에서의 상태밀도). a-Si:H에서 E0v≈45E_{0v}\approx45 meV, E0c≈25E_{0c}\approx25 meV — 원자가띠 쪽이 더 넓은 것은 원자가띠가 결합 궤도의 띠라 결합각 무질서에 직접 걸리기 때문이다. E0E_0 은 무질서의 온도계다: 결합각 산포가 클수록, 증착 온도가 낮을수록, 수소가 적을수록 커진다.

둘째, 꼬리의 상태는 국소화(localized)되어 있다. Anderson(1958)이 보인 사실 — 자리 에너지가 무작위로 폭 WW 만큼 흩어진 격자에서 띠 폭 BB 에 비해 WW 가 어떤 임계값(3차원 단순 입방 격자의 수치 계산으로 Wc≈1.4BW_c\approx1.4B)을 넘으면 모든 상태가 유한한 영역에 갇힌다 — 를 밴드 끝에 적용한 것이 Mott(1966)다. 띠 중앙의 상태는 운동 에너지가 커서 무질서를 이기고 확장(extended) 상태로 남지만, 띠 끝의 상태는 운동 에너지가 작아 국소화된다. 둘을 가르는 에너지가 이동도 끝(mobility edge) EcE_c, EvE_v 이고, 그 사이를 이동도 간극(mobility gap)이라 한다. 이름의 뜻은 문자 그대로다 — 이동도 끝 아래의 전자는 T=0T=0 에서 이동도가 0이다. 그림 5가 a-Si:H의 N(E)N(E) 다.

E N(E) (cm⁻³ eV⁻¹) 10¹⁶ 10¹⁸ 10²⁰ 10²² Ev​ Ec​ 이동도 간극 Ec​ − Ev​ ≈ 1.85 eV 확장 상태 (전도) 확장 상태 (전도) 국소 상태 — 이동도 0 (호핑·다중 포획만) 원자가 꼬리 E₀v ≈ 45 meV 전도 꼬리 E₀c ≈ 25 meV D⁰/D⁺ (전자 1개) D⁻/D⁰ (전자 2개) U ≈ 0.3 eV 댕글링 본드 (a-Si:H: 10¹⁵~10¹⁶ cm⁻³) EF​ a-Si:H 의 상태밀도 — 간극은 사라지지 않고, 그 가장자리가 흐려진다 갭 안의 상태는 이동도 0 — 광학적 간극은 흐리지만 이동도 간극은 뚜렷하다
그림 7.15-5. a-Si:H의 상태밀도(세로 로그축). 양쪽 밴드의 확장 상태(진한 칠) 사이에 이동도 간극 E_c − E_v ≈ 1.85 eV가 있고, 그 안의 상태는 전부 국소화되어 있다(옅은 칠). 밴드 끝에서 지수함수로 스러지는 우르바흐 꼬리(원자가 쪽 45 meV, 전도 쪽 25 meV)와, 간극 한가운데의 댕글링 본드 준위 둘(D⁰/D⁺와 D⁻/D⁰, 상관 에너지 U ≈ 0.3 eV 차이)이 보인다. 수치는 Street의 대푯값이며 실측 곡선이 아니다.직접 작도

광학 간극은 Tauc 도표로 뽑는다. 꼬리 위의 확장 상태끼리의 천이는 흡수 계수 α\alpha 가

α ℏω=B (ℏω−Egopt)\sqrt{\alpha\,\hbar\omega}=B\,(\hbar\omega-E_g^{\text{opt}})

를 따르므로(BB 는 재료 상수 — 위 Anderson 조건의 띠 폭 BB 와 무관하다; 양쪽 상태밀도가 모두 E\sqrt{E} 꼴이고 k\mathbf k 선택 규칙이 없어 모든 쌍이 허용될 때 나오는 꼴 — 결정의 직접 천이 α∝ℏω−Eg\alpha\propto\sqrt{\hbar\omega-E_g} (7.11.4)와 지수가 다른 이유가 바로 ”k\mathbf k 보존이 없다”이다), αℏω\sqrt{\alpha\hbar\omega} 를 ℏω\hbar\omega 에 대해 그려 직선을 가로축까지 늘인 절편이 EgoptE_g^{\text{opt}} 다. 그 아래로는 꼬리 상태가 만드는 지수함수 흡수단 α∝eℏω/E0\alpha\propto e^{\hbar\omega/E_0} 이 이어지고, 이 기울기가 우르바흐 에너지의 광학적 측정이다.

국소화된 전자는 어떻게 흐르는가 — 활성화와 호핑

섹션 제목: “국소화된 전자는 어떻게 흐르는가 — 활성화와 호핑”

이동도 끝 아래의 상태만 차 있는 상황(EFE_F 가 간극 안)에서 전기 전도는 두 통로로 일어난다.

① 이동도 끝으로의 열 활성화. 전자가 EcE_c 위의 확장 상태로 올라가 흐른다:

σ=σ0 exp⁡ ⁣[−Ec−EFkBT]\sigma=\sigma_0\,\exp\!\Bigl[-\frac{E_c-E_F}{k_BT}\Bigr]

앞인자 σ0\sigma_0 은 이동도 끝 바로 위의 전도도이고, Mott는 이것이 재료를 가리지 않고 σmin⁡≈0.03 e2/ℏa≈102∼103\sigma_{\min}\approx0.03\,e^2/\hbar a\approx10^{2}{\sim}10^{3} S/cm (aa 는 원자 간격)라고 주장했다 — 최소 금속 전도도. 확장 상태의 평균 자유 행로가 원자 간격까지 줄어든 극한(Ioffe–Regel 한계)의 드루데 전도도(7.6.1)가 이 값이다. 뒤에 스케일링 이론(1979)이 3차원에서 전도도가 이동도 끝에서 연속적으로 0으로 간다고 정정했지만, 크기 어림으로는 아직 쓴다. a-Si:H의 실측 σ0\sigma_0 은 이 어림에 맞는다.

② 국소 상태 사이의 호핑. 온도가 낮아 활성화가 얼어붙으면, EFE_F 근처의 국소 상태 사이를 포논의 도움으로 뛰어다닌다. 거리 RR 만큼 떨어지고 에너지가 ΔE\Delta E 만큼 다른 두 상태 사이의 호핑 확률은 파동함수의 겹침과 볼츠만 인자의 곱

ν∝exp⁡ ⁣[−2Rξ−ΔEkBT]\nu\propto\exp\!\Bigl[-\frac{2R}{\xi}-\frac{\Delta E}{k_BT}\Bigr]

이다(ξ\xi 는 국소화 길이). 가까운 이웃으로 뛰면 RR 은 작지만 에너지가 맞는 상태를 찾기 어렵고 (ΔE\Delta E 가 크고), 멀리 뛰면 에너지가 맞는 상태는 많아지지만 겹침이 준다. 반지름 RR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에너지는 ΔE≈1/[43πR3N(EF)]\Delta E\approx1/[\tfrac43\pi R^3N(E_F)] 이므로, 지수를 RR 에 대해 최소화하면 최적 거리가 Ropt∝T−1/4R_{\text{opt}}\propto T^{-1/4} 로 나오고

σ∝exp⁡ ⁣[−(T0T)1/4],kBT0≈18N(EF) ξ3\sigma\propto\exp\!\Bigl[-\Bigl(\frac{T_0}{T}\Bigr)^{1/4}\Bigr],\qquad k_BT_0\approx\frac{18}{N(E_F)\,\xi^3}

가 된다 — Mott의 가변 거리 호핑(variable-range hopping, VRH). ln⁡σ\ln\sigma 를 T−1/4T^{-1/4} 에 대해 그리면 직선이 되는 것이 비정질 반도체의 저온 전도의 표식이고, 기울기에서 N(EF)ξ3N(E_F)\xi^3 을 읽는다.

실용 수송 — 다중 포획과 분산 수송

섹션 제목: “실용 수송 — 다중 포획과 분산 수송”

a-Si:H 소자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위의 두 극한이 아니라 그 사이, 즉 상온에서 전자가 확장 상태로 흐르다가 꼬리 상태에 잡히기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꼬리에 잡힌 전자는 열 방출로 다시 확장 상태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 대부분의 시간을 갇혀서 보내므로 실효 이동도(드리프트 이동도)는 확장 상태의 이동도 μ0\mu_0 (약 10 cm²/V·s)에 “자유 상태에 있는 시간 비율”을 곱한 것이 된다. 깊이 EtE_t 인 단일 트랩이면

μdrift=μ0 NcNc+Nt e(Ec−Et)/kBT\mu_{\text{drift}}=\mu_0\,\frac{N_c}{N_c+N_t\,e^{(E_c-E_t)/k_BT}}

이고, 꼬리처럼 트랩이 연속 분포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트랩에 잡혀 이동도가 시간에 따라 떨어지는 분산 수송(dispersive transport)이 된다 — 비행 시간(time-of-flight) 측정에서 전류가 t−(1−αd)t^{-(1-\alpha_d)} 로 흐르다 t−(1+αd)t^{-(1+\alpha_d)} 로 꺾이는 것이 그 표식이고, 분산 파라미터 αd=kBT/E0\alpha_d=k_BT/E_0 이 꼬리 폭과 온도의 비다(흡수 계수 α\alpha 와 다른 양이라 첨자를 붙였다). 상온 a-Si:H의 값은 전자 μdrift≈1\mu_{\text{drift}}\approx1 cm²/V·s, 정공 0.010.01 cm²/V·s — 정공 쪽 꼬리가 넓은(E0v>E0cE_{0v} > E_{0c}) 결과다.

증발이나 스퍼터링으로 만든 a-Si는 4절의 그림대로라면 간극 1.7 eV의 반도체여야 한다. 실제로는 쓸모없는 물질이었다 — 페르미 준위가 간극 한가운데에 못박혀 도핑도 광전도도 되지 않았다. 원인은 댕글링 본드(dangling bond)다. 사면체 망을 무작위로 짜다 보면 이웃 넷을 다 채우지 못하는 Si가 생긴다. 이웃 셋과만 결합한 Si의 넷째 sp³ 궤도(4.2.4)는 짝 없이 남고, 그 궤도는 결합도 반결합도 아닌 원자 궤도 그대로의 에너지, 곧 간극 한가운데에 놓인다. 증착 a-Si에는 이것이 1019∼102010^{19}{\sim}10^{20} cm⁻³ — 원자 1000개에 하나 꼴 — 있다.

4.2.4원자가 결합 이론과 혼성

댕글링 본드 하나는 전자를 0·1·2개 가질 수 있어 세 전하 상태 D+D^{+}, D0D^{0}, D−D^{-} 를 갖는다. D0D^{0} 은 짝 없는 전자 하나라 스핀 12\tfrac12 을 가지며, 전자 스핀 공명(ESR, 7.13.12)에서 g=2.0055g=2.0055 의 신호를 낸다 — 이 신호의 세기가 댕글링 본드를 세는 표준 눈금이다. 전자를 하나 더 넣는 데는 첫 전자와의 쿨롱 반발만큼 비용이 더 들어, 두 준위

E(0/+)  와  E(−/0)=E(0/+)+U,U≈0.2∼0.4 eVE(0/+)\;\text{와}\;E(-/0)=E(0/+)+U,\qquad U\approx0.2{\sim}0.4\ \text{eV}

로 갈라진다. UU 를 상관 에너지(correlation energy)라 한다. 페르미 준위는 두 준위 사이에 갇힌다 — EFE_F 를 올리려 전자를 넣으면 D0→D−D^{0}\to D^{-} 로 전부 흡수되고, 내리려 하면 D0→D+D^{0}\to D^{+} 가 흡수한다. 101910^{19} cm⁻³의 결함이 EFE_F 를 못박는 데는 도펀트 101910^{19} cm⁻³이 필요하고, 그만큼 넣으면 재료가 아니라 합금이다. 그림 5의 간극 한가운데 두 봉우리가 이 준위들이다.

댕글링 본드 D⁰ — 3배위 Si 넷째 sp³ 오비탈에 전자 하나: 스핀 1/2, ESR g = 2.0055 수소 종단 Si–H 결합 에너지 ≈ 3.3 eV — 준위가 밴드 안으로 들어간다 Si Si Si Si Si Si Si H Si Ec​ Ev​ D⁰/D⁺ D⁻/D⁰ 간극 한가운데 준위 둘 (U 만큼 떨어져) Ec​ Ev​ 간극이 비었다 — 결합 준위는 Ev​ 아래, 반결합은 Ec​ 위 (준위 없음) a-Si: 10¹⁹~10²⁰ cm⁻³ 의 D⁰ → a-Si:H (H 약 10 %): 10¹⁵~10¹⁶ cm⁻³
그림 7.15-6. 댕글링 본드와 수소 종단. 왼쪽: 이웃 셋과만 결합한 Si의 넷째 sp³ 궤도에 전자 하나가 남은 D⁰ — 간극 한가운데에 준위 둘(D⁰/D⁺와 D⁻/D⁰, U만큼 떨어져)을 만들고 페르미 준위를 못박는다. 오른쪽: 같은 자리에 H가 붙은 Si–H — 결합 준위는 원자가띠 아래로, 반결합 준위는 전도띠 위로 밀려나 간극이 빈다. a-Si의 10¹⁹~10²⁰ cm⁻³이 a-Si:H에서 10¹⁵~10¹⁶ cm⁻³으로 준다.직접 작도

Chittick(1969)이 실란(SiH₄) 글로 방전으로 만든 a-Si가 달랐고, Spear와 LeComber(1975)가 그것을 PH₃·B₂H₆로 도핑해 전도도를 여러 자릿수 바꿔 보이면서 비정질 반도체가 소자 재료가 되었다. 다른 것은 수소였다. 이 재료를 a-Si:H(수소화 비정질 실리콘)라 부르고, 오늘날은 PECVD(18.11.6)로 200300 °C에서 SiH₄를 분해해 만든다. 수소 함량은 515 원자 %, 댕글링 본드는 1015∼101610^{15}{\sim}10^{16} cm⁻³ — 네 자릿수가 줄었다.

수소가 하는 일은 그림 6의 오른쪽이다. H의 1s 궤도가 댕글링 sp³ 궤도와 결합해 Si–H 결합(결합 에너지 약 3.3 eV)을 만들면, 결합 준위는 원자가띠 아래로, 반결합 준위는 전도띠 위로 밀려나 간극이 빈다. 결함 하나를 지우는 데 H 하나면 되는데 왜 10 %나 넣는가 — 101610^{16} 의 결함에 5×10215\times10^{21} 의 수소는 10510^{5} 배다. 답은 수소가 댕글링 본드만 지우는 게 아니라 망 자체를 고친다는 데 있다. 4배위 망은 결합각을 억지로 맞추느라 곳곳에 약한 결합(weak bond — 늘어나고 비틀린 Si–Si)이 생기고, 그것이 원자가띠 꼬리를 넓힌다. H가 Si–Si 약한 결합을 끊고 두 Si–H로 바꾸면 망의 구속이 풀려 나머지 결합각이 편해진다. 그래서 수소를 넣으면 E0vE_{0v} 가 70 meV에서 45 meV로 좁아지고, 간극이 1.5 eV에서 1.7~1.8 eV로 넓어지며(Si–Si 결합이 Si–H로 바뀌면 원자가띠 꼭대기가 내려간다), 결함은 지워진다. 너무 넣으면 SiH₂ 사슬과 빈 공간이 생겨 막이 성겨지므로 10 % 근처에 최적이 있다.

8−N 규칙대로라면 a-Si:H 안의 P도 3배위(P30P_3^{0})로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도핑이 되는 것은 4배위 P(P4+P_4^{+}, 도너)가 댕글링 본드 D−D^{-} 와 짝을 이루어 생기기 때문이다 — P4+P_4^{+} 하나가 내놓은 전자를 D−D^{-} 가 받으면 둘 다 자기 원자가 규칙을 만족하고, 그 쌍의 형성 에너지가 낮다. Street(1982)의 이 자기 보상(autocompensation) 모형은 두 가지를 예측한다. ① 도핑 효율이 낮다 — P 원자의 1 % 정도만 도너가 되고, ② 도핑할수록 결함이 는다 — D−D^{-} 가 도펀트와 함께 생기므로 ND∝NPN_D\propto\sqrt{N_P} 로 도핑에 따라 결함이 자란다. 결정 Si의 도너 (11.1.2)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이 성질이 a-Si:H 소자의 형태를 정한다. 도핑층은 결함 투성이라 캐리어가 거기서 재결합하므로, 빛을 흡수하고 캐리어를 뽑는 층은 도핑하지 않은 진성층이어야 한다. 그래서 a-Si:H 태양전지는 결정 Si의 pn 접합이 아니라 얇은 p·n 층 사이에 두꺼운 i 층을 둔 p-i-n이고(17.7.3), 캐리어는 확산이 아니라 i 층에 걸린 내부 전계로 드리프트해서 빠져나온다. TFT(16.3.3)의 소스·드레인 n⁺ 층이 얇은 접촉층으로만 쓰이는 이유도 같다.

준안정 — Staebler–Wronski 효과와 문턱 전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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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H 태양전지를 빛에 오래 두면 효율이 10~30 % 떨어지고, 150 °C에서 몇 시간 데우면 되돌아온다 (Staebler와 Wronski, 1977). 빛이 만든 전자–정공 쌍이 약한 결합에서 비복사 재결합하면 그 에너지 (간극 1.7 eV)가 약한 결합을 끊어 댕글링 본드 쌍을 만들고, 수소가 옮겨 앉아 그것을 고정한다 — 위 평형에서 벗어난 준안정 결함이다. 결함 밀도가 101610^{16} 에서 101710^{17} 으로 오르면 i 층의 캐리어 수명이 줄어 효율이 떨어진다. 데우면 수소가 다시 움직여 평형으로 돌아온다. 결함이 생기는 속도는 t1/3t^{1/3} 을 따르는데, 이 지수는 재결합 사건 수(∝ tt)와 결함이 늘수록 재결합이 거기서 일어나 빛이 낭비되는 되먹임에서 나온다.

a-Si:H TFT의 문턱 전압 이동(16.3.9)은 같은 현상의 전기적 판이다. 게이트에 양의 전압을 오래 걸면 채널의 전자가 약한 결합을 끊어 결함을 만들고, 만들어진 D−D^{-} 가 전자를 가두어 문턱 전압을 양의 방향으로 민다. 이동량은 시간에 대해 늘어진 지수함수

ΔVT(t)=ΔVT,∞[1−e−(t/τ)β],β≈0.3∼0.6\Delta V_T(t)=\Delta V_{T,\infty}\Bigl[1-e^{-(t/\tau)^{\beta}}\Bigr],\qquad\beta\approx0.3{\sim}0.6

를 따른다. β<1\beta < 1 인 이 꼴은 수소 확산이 분산적이라는 것 — 수소가 깊이가 제각각인 트랩 사이를 뛰어 4절의 분산 수송과 같은 통계를 따른다는 것 — 의 직접 결과이고, β\beta 는 4절의 αd\alpha_d 와 같은 “온도 / 트랩 분포 폭”의 비다. 높은 전계에서는 두 번째 기구, 게이트 절연막 SiNx_x 자체의 트랩에 전자가 터널링해 잡히는 것이 더해진다. 두 기구는 온도 의존성으로 가른다 — 결함 생성은 열 활성화되고, 절연막 포획은 거의 온도와 무관하다.

1 K 아래에서 유리는 디바이를 따르지 않는다

섹션 제목: “1 K 아래에서 유리는 디바이를 따르지 않는다”

7.5에서 고체의 저온 열용량은 디바이의 T3T^3 법칙으로 끝났다(7.5.4). 긴 파장의 음향 포논은 원자 배열의 세부를 보지 않으므로 — 파장이 원자 간격보다 훨씬 길면 매질은 연속체다 — 결정이든 유리든 C=βT3C=\beta T^3, β\beta 는 음속과 밀도로 정해져야 한다. Zeller와 Pohl(1971)이 여러 유리를 0.1 K까지 재서 이 예측이 두 가지로 틀린다는 것을 보였다.

  1. T3T^3 항 위에 TT 에 비례하는 항이 있다: C=aT+β′T3C=aT+\beta'T^3. 1 K 아래에서는 이 선형 항이 지배해 열용량이 디바이 값의 10~100배가 된다.
  2. T3T^3 항 자체도 음속에서 계산한 디바이 값보다 크다(β′>β\beta' > \beta).

그리고 두 항의 크기가 재료에 거의 무관하다 — 실리카·게르마니아·유기 고분자·금속 유리가 한 자릿수 안에 들어온다. 결정에서 선형 열용량은 금속의 전도 전자(7.6.4)뿐인데, 실리카 유리에는 전도 전자가 없다. 무언가 다른 저에너지 여기(low-energy excitation)가 있어야 한다.

7.5.4디바이 모형과 T³ 법칙 7.6.4전자 기체의 열용량
T² (K²) C/T (μJ g⁻¹ K⁻²) 0.2 0.4 0.6 0.8 1 1 2 3 절편 a = (π²/6) P₀ kB​² → 두 준위계 밀도 P₀ ~ 10⁴⁵ J⁻¹ m⁻³ 유리 (실리카): C = aT + β′T³ 결정 (석영): C = βT³, 디바이 원점을 지난다 — 선형 항 없음 β′ > β: T³ 항도 디바이보다 크다 1 K 아래의 열용량 — 유리에는 결정에 없는 선형 항이 있다 C/T 대 T² 로 그리면 디바이의 T³ 는 직선이 되고, 유리의 여분은 절편으로 드러난다
그림 7.15-7. 1 K 아래의 열용량을 C/T 대 T²로 그린 것. 디바이의 T³ 항은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 되고(결정 석영), 유리(실리카)는 절편 a ≠ 0인 더 가파른 직선이 된다. 절편이 두 준위계의 밀도 P₀를 읽는 눈금이다. 값은 Zeller–Pohl 실측의 크기 정도(a ≈ 1 μJ g⁻¹ K⁻², β ≈ 0.8, β′ ≈ 2 μJ g⁻¹ K⁻⁴)로 맞춘 것이다.직접 작도

두 준위계 — 옮겨 앉을 수 있는 자리

섹션 제목: “두 준위계 — 옮겨 앉을 수 있는 자리”

Anderson·Halperin·Varma와 Phillips(1972)의 답은 터널링 두 준위계(two-level system, TLS)다. 무작위 망 안에는 원자 하나 또는 몇 개가 에너지가 거의 같은 두 배치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 — 3절의 경첩 몇 개가 함께 튀는 배치, SiO₂라면 다리 산소 하나가 Si–Si 축 둘레로 옮겨 앉는 자리다. 배치 좌표 xx 에 대한 퍼텐셜은 그림 7의 비대칭 이중 우물이고, 두 우물의 바닥 에너지 차가 Δ\Delta, 장벽을 뚫는 터널링 진폭이

Δ0≈ℏω0 e−λ,λ=d2mV0ℏ\Delta_0\approx\hbar\omega_0\,e^{-\lambda},\qquad \lambda=\frac{d\sqrt{2mV_0}}{\hbar}

이다(V0V_0 장벽 높이, 2d2d 우물 사이 거리, mm 옮겨 앉는 덩어리의 질량, ω0\omega_0 우물 안 진동수 — 5.3.8의 WKB 투과 진폭 그대로다). 두 우물의 바닥 상태가 터널링으로 섞이면 2×2 문제

H=(Δ/2−Δ0/2−Δ0/2−Δ/2),E=Δ2+Δ02H=\begin{pmatrix}\Delta/2 & -\Delta_0/2\\ -\Delta_0/2 & -\Delta/2\end{pmatrix},\qquad E=\sqrt{\Delta^2+\Delta_0^2}

가 되어 준위 두 개가 간격 EE 로 갈라진다. 이 계 하나가 열용량에 내는 기여는 두 준위 쇼트키 항이다:

C1(E,T)=kB(EkBT)2eE/kBT(1+eE/kBT)2C_1(E,T)=k_B\Bigl(\frac{E}{k_BT}\Bigr)^2\frac{e^{E/k_BT}}{\bigl(1+e^{E/k_BT}\bigr)^2} 5.3.8투과 계수와 터널링 6.3.1볼츠만 인자와 분배함수
x (배치 좌표) V(x) Δ V₀ (장벽) 2d (원자가 옮겨 앉는 거리 ~ 0.1 Å) 장벽을 뚫는 터널링 Δ₀ ∝ e^(−λ) λ = d√(2mV₀)/ħ 섞인 두 준위 E = √(Δ² + Δ₀²) |+⟩ |−⟩ 열용량에는 이 E 만 보인다 — E ≲ kB​T 인 우물만 깨어난다 유리 속의 두 준위계 — 원자 몇 개가 옮겨 앉을 수 있는 자리 결정에는 이런 우물이 없다 — 모든 자리가 같아서. 유리에는 Δ 와 λ 가 제멋대로인 우물이 흩어져 있다
그림 7.15-8. 비대칭 이중 우물과 두 준위계. 원자 몇 개의 배치 좌표 x에 대한 퍼텐셜에 바닥이 Δ만큼 다른 우물 둘이 있고, 장벽을 뚫는 터널링 Δ₀가 두 우물의 바닥 상태를 섞어 간격 E = √(Δ² + Δ₀²)의 두 준위를 만든다. 유리 안에는 Δ와 λ가 제멋대로인 이런 자리가 흩어져 있고, 온도 T에서는 E ≲ k_BT인 것만 깨어난다.직접 작도

핵심 가정은 하나다. 유리 안의 우물들은 Δ\Delta 와 λ\lambda 가 제멋대로이므로, 준위 간격 EE 의 분포 P(E)P(E) 는 관심 있는 범위(0~수 K)에서 상수 P0P_0 이다 — 단위 부피, 단위 에너지당 두 준위계의 수. 그러면 열용량은

C=∫0∞P0 C1(E,T) dE=P0kB2T∫0∞x2ex(1+ex)2 dx=π26 P0 kB2 TC=\int_0^\infty P_0\,C_1(E,T)\,dE =P_0k_B^2T\int_0^\infty\frac{x^2e^x}{(1+e^x)^2}\,dx =\frac{\pi^2}{6}\,P_0\,k_B^2\,T

이다 — 정확히 선형. 적분값 π2/6\pi^2/6 은 7.6.4의 전자 열용량에 나온 것과 같은 페르미 적분이다. 실측 a≈1a\approx1 μJ g⁻¹ K⁻²를 넣으면 P0≈1045P_0\approx10^{45} J⁻¹ m⁻³ — 1 K 폭 안에 원자 10710^{7} 개당 두 준위계 하나 꼴이다. 아주 드물지만, 1 K에서 깨어 있는 포논의 수도 그만큼 적어서 열용량을 지배한다.

두 준위계는 열용량 말고도 흔적을 남긴다. 측정 시간을 길게 잡을수록 열용량이 조금씩 커진다 — Δ0\Delta_0 이 아주 작은(장벽이 두꺼운) 계는 열평형에 이르는 데 시간이 걸려, 짧은 측정에는 잡히지 않다가 긴 측정에 들어온다. λ\lambda 가 평평하게 분포하면 완화 시간 τ∝e2λ\tau\propto e^{2\lambda} 가 로그 척도로 평평하게 분포하고, 열용량은 ln⁡t\ln t 로 자란다. 음파의 흡수와 속도, 유전 손실에도 같은 로그 의존성이 나타나며, 이것이 아래의 1/f 잡음과 이어진다.

열전도 — 세 온도 영역, 세 가지 산란

섹션 제목: “열전도 — 세 온도 영역, 세 가지 산란”

열전도도는 포논 기체의 운동론 공식(7.5.7)

K=13 C v ℓK=\tfrac13\,C\,v\,\ell

로 읽는다 — CC 는 포논 열용량, vv 는 음속, ℓ\ell 은 포논의 평균 자유 행로. 결정에서 ℓ\ell 은 낮은 온도에서 시료 크기(경계 산란, K∝C∝T3K\propto C\propto T^3), 높은 온도에서 움클랍 과정(7.5.8, ℓ∝1/T\ell\propto1/T)이 정하고, 그 사이 10 K 근처에 봉우리가 선다. 유리에는 봉우리가 없다. 그림 9가 결정 석영과 유리 실리카를 같은 축에 놓은 것이고, 유리 곡선은 세 영역으로 나뉜다.

7.5.7열전도와 포논 기체의 열저항 7.5.8움클랍 과정
T (K) K (W m⁻¹ K⁻¹) 0.1 1 10 100 10⁻³ 10⁻² 10⁻¹ 1 10 10² 10³ 결정 석영 T³ (경계 산란, ℓ = 시료 크기) 1/T (움클랍) 유리 실리카 T² — 두 준위계 공명 산란 ℓ ∝ 1/ω 고원 (4~20 K) ℓ ≈ 원자 간격 "최소 열전도도" 10 K 에서 10³ 배 열전도도 — 유리는 봉우리가 없고, 세 영역이 세 가지 산란을 말한다 결정의 봉우리는 포논이 멀리 가는 온도 창이다 — 유리에는 그 창이 없다
그림 7.15-9. 열전도도의 로그-로그 그래프. 결정 석영은 T³(경계 산란)로 올라 10 K 근처에서 봉우리를 만들고 1/T(움클랍)로 내려온다. 유리 실리카는 1 K 아래에서 T²(두 준위계의 공명 산란), 4~20 K에서 고원, 그 위에서는 평균 자유 행로가 원자 간격까지 줄어든 '최소 열전도도'로 상온 1.3 W m⁻¹ K⁻¹까지 완만히 오른다. 10 K에서 두 곡선은 10³ 배 차이 난다. 값은 Zeller–Pohl·Cahill–Pohl의 실측을 크기 정도로 따른 것이다.직접 작도

① 1 K 아래 — T2T^2. 두 준위계는 열용량만 내는 것이 아니라 포논을 산란한다. 에너지가 ℏω=E\hbar\omega=E 인 포논은 두 준위계를 공명 흡수·방출로 뒤집으며 산란되고, 그 산란율은

ℓ−1(ω)∝P0 ω tanh⁡ ⁣(ℏω2kBT)\ell^{-1}(\omega)\propto P_0\,\omega\,\tanh\!\Bigl(\frac{\hbar\omega}{2k_BT}\Bigr)

이다 — ω\omega 에 비례하는 것은 상태의 수가 아니라 (분포가 평평하니) 포논–TLS 결합의 행렬 원소가 ω\omega 와 함께 크기 때문이고, tanh⁡\tanh 는 아래 준위와 위 준위의 점유 차(흡수와 유도 방출의 차)다. 온도 TT 에서 열을 나르는 포논은 ℏω≈3kBT\hbar\omega\approx3k_BT 인 것들이므로 tanh⁡≈1\tanh\approx1, ℓ∝1/ω∝1/T\ell\propto1/\omega\propto1/T 이고, C∝T3C\propto T^3 과 곱하면 K∝T2K\propto T^2 다. 이 영역의 KK 는 v3ρ/(P0γ2)v^3\rho/(P_0\gamma^2) 에 비례하는데(γ\gamma 는 포논–TLS 결합 상수), 무차원 조합 P0γ2/ρv2≈3×10−4P_0\gamma^2/\rho v^2\approx3\times10^{-4} 이 유리를 가리지 않고 거의 같아서 — 이유는 아직 열려 있다 — 1 K 아래의 열전도도가 재료에 무관하게 10−210^{-2} W m⁻¹ K⁻¹ 근처다.

② 4~20 K — 고원. 온도가 오르면 열을 나르는 포논의 파장이 짧아져(10 K에서 10 nm 정도) 망의 중거리 구조 — 밀도 요동, 고리 크기의 분포 — 를 보기 시작하고, 레일리형 산란(ℓ−1∝ω4\ell^{-1}\propto\omega^4)이 급히 커진다. CC 가 T3T^3 으로 느는 것을 ℓ\ell 의 급감이 정확히 상쇄하는 구간이 고원이다. 같은 온도에서 결정은 봉우리에 있으므로 두 곡선의 차이가 10310^3 배로 벌어진다.

③ 30 K 위 — 최소 열전도도. 파장이 원자 간격 몇 배로 줄면 ℓ\ell 도 원자 간격까지 줄어 더 줄 수 없다 — 포논의 Ioffe–Regel 한계다. Kittel이 드는 값으로 유리 실리카의 상온 평균 자유 행로는 약 6 Å, 원자 간격과 같다. 그 뒤로 KK 는 ℓ\ell 이 아니라 C(T)C(T) 를 따라 완만히 올라 상온에서 1.3 W m⁻¹ K⁻¹에 이른다. 이 값은 “열을 나르는 것이 진동 하나가 이웃에게 에너지를 넘기는 것뿐”인 극한이라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없고(Slack·Cahill–Pohl의 최소 열전도도 — 음속과 원자 밀도만으로 정해지는 하한), 결정 석영의 상온 값 10 W m⁻¹ K⁻¹의 1/8이다.

두 준위계가 남기는 다른 흔적 — 1/f 잡음과 큐비트 손실

섹션 제목: “두 준위계가 남기는 다른 흔적 — 1/f 잡음과 큐비트 손실”

이 절의 두 준위계는 유리의 저온 물리로 시작했지만, 반도체 소자에서는 두 곳에서 같은 수학으로 다시 나온다.

플리커(1/f) 잡음(13.9.6). MOSFET의 저주파 잡음은 게이트 산화막 안의 트랩이 채널 전자를 잡았다 놓았다 하는 데서 온다(McWhorter 모형). 트랩 하나는 두 상태(비었음/찼음)를 시간 상수 τ\tau 로 오가는 두 준위계이고, 그 잡음 스펙트럼은 로렌츠 함수 S(f)∝τ/(1+4π2f2τ2)S(f)\propto\tau/(1+4\pi^2f^2\tau^2) 다 — 트랩 하나가 보이면 14.7.4의 랜덤 텔레그래프 잡음이다. 산화막 안 깊이 zz 인 트랩의 터널링 시간은 τ∝e2z/ξ\tau\propto e^{2z/\xi} 라서, zz 가 고르게 분포하면 ln⁡τ\ln\tau 가 고르게 분포하고, 로렌츠 함수를 P(ln⁡τ)=P(\ln\tau)= 상수로 겹치면

S(f)∝∫τ1+(2πfτ)2 d(ln⁡τ)  ∝  1fS(f)\propto\int\frac{\tau}{1+(2\pi f\tau)^2}\,d(\ln\tau)\;\propto\;\frac1f

가 된다. 위에서 열용량이 ln⁡t\ln t 로 자란 것과 같은 계산이다 — λ\lambda 가 평평하게 분포한 터널링 계의 집단은 언제나 1/f 를 낸다. 그러니 게이트 산화막의 1/f 잡음은 비정질 SiO₂가 유리라는 사실의 직접 결과이고, 트랩 밀도 NtN_t (13.4.4)가 여기의 P0P_0 에 해당한다.

초전도 큐비트의 손실. 조지프슨 접합(7.14)의 터널 장벽은 비정질 AlOx_x 이고, 기판·배선의 표면에는 비정질 산화막이 있다. 그 안의 두 준위계가 마이크로파 광자를 공명 흡수해 큐비트의 결맞음을 깨뜨린다 — 유전 손실 탄젠트 tan⁡δ≈πP0 p2/(3ε)\tan\delta\approx\pi P_0\,p^2/(3\varepsilon) (pp 는 TLS의 전기 쌍극자)가 정확히 이 절의 P0P_0 이다. 오늘날 초전도 큐비트 수명의 한계가 “조지프슨 접합 유전체의 유리적 성질”이라는 것은, 1971년의 저온 열용량 실험이 반세기 뒤 양자 컴퓨터의 병목을 미리 재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 장이 반도체에서 다시 나오는 곳

섹션 제목: “이 장이 반도체에서 다시 나오는 곳”

한 문장으로 줄이면 — 비정질은 단거리 질서가 남긴 것으로 살고, 장거리 질서가 없어 생긴 것으로 제한된다. 간극·결합 에너지·배위수는 남고(1·3·4절), 밴드 구조·브래그 봉우리·긴 평균 자유 행로는 없으며(1·4·6절), 무작위 망이 가진 여분의 자유도가 결함(5절)과 두 준위계(6절)로 나타난다. 목적지를 적어 둔다.

  • 게이트 산화막과 계면(13·14부) — 열산화 SiO₂의 CRN 구조와 밀도(3절), 산화막 전하와 트랩(13.3.2·13.4.4), 계면의 PbP_b 댕글링 본드와 수소 패시베이션·NBTI(5절, 14.7.2), 1/f 잡음의 터널링 트랩(6절, 13.9.6), high-k의 결정화와 비정질 안정화(3절, 14.5.4).
  • 박막 트랜지스터(16.3) — a-Si:H의 상태밀도·이동도 끝·분산 수송(4절), 도핑과 결함의 자기 보상, 문턱 전압 이동의 늘어진 지수함수(5절), poly-Si 결정화와 탈수소, IGZO의 좁은 꼬리.
  • 박막 태양전지와 광검출기(17.1·17.7) — p-i-n 구조와 Staebler–Wronski 열화(5절), a-Se 광전도체(4절).
  • 메모리(15부) — 칼코겐 유리의 급랭·재결정과 비정질/결정 저항비(2·4절), 비정질 GST의 낮은 열전도도(6절), SONOS의 SiN 트랩(3절).
  • 공정(18부) — 이온주입 비정질화와 고상 에피택시(2절, 18.8), PECVD·ALD 비정질막의 밀도·수소· 치밀화(3절), 포토레지스트의 TgT_g 와 PEB(2절, 18.15), 저유전 재료의 기공과 열전도(3·6절).
  • 계측(19부) — XRD 고리 폭과 결정립 크기(1절, 19.3), 라만의 480/520 cm⁻¹ 판정, ESR로 세는 댕글링 본드, 타우크 도표로 뽑는 광학 간극(4절, 19.2).
  • 열 관리와 양자 소자 — BEOL의 최소 열전도도와 자기 발열(6절, 3.7.13·20.6.6), 조지프슨 접합의 TLS 손실(6절,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