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장들의 양자역학은 파동함수 ψ(r) 하나로 굴러갔다. 입자 하나가 공간 어디에 있는가를
∣ψ∣2 이 말했고, 5.5에서는 그 공간 좌표로 궤도 각운동량 L=r×p 를
만들어 고유함수가 구면조화함수임을 보았다. 이 장은 거기에 셋을 더한다.
공간 좌표로는 적을 수 없는 각운동량 — 스핀. 전자는 r 과 무관한 2차원 내부 자유도를
갖고, 그것이 각운동량의 교환관계를 그대로 만족한다 (1~3절).
입자가 둘 이상일 때의 파동함수. 동일한 입자 둘을 맞바꿔도 물리가 달라질 수 없다는 요구가
파동함수의 부호를 정하고, 그 부호 하나가 파울리 배타원리가 된다 (4·5절).
그 둘이 합쳐져 만드는 것 — 원자의 껍질 구조, 헬륨의 교환 분리, 금속의 페르미 구, 결정의
밴드와 갭 (6~8절).
5.4의 형식론으로 말하면, 이 장은 힐베르트 공간을 두 방향으로 넓히는 장이다. 하나는 텐서곱 —
공간 ⊗ 스핀, 입자 1 ⊗ 입자 2. 다른 하나는 그 곱공간에서 물리적으로 허용되는
부분공간만 골라내는 일 — 대칭 또는 반대칭 상태. 반도체에서 전자를 셀 때마다 붙는 “2”(스핀),
페르미 준위, 상태밀도의 E, 밴드 갭이 전부 이 두 확장에서 나온다.
반도체에서 이 장이 어디로 가는지 미리 적어 둔다.
캐리어 통계 — 배타원리 때문에 한 상태에 전자가 하나뿐이고, 그래서 점유 확률이 페르미–디랙
분포다(6.4.7·11.1.3). 상태밀도의 E 와 EF 는 8절의 자유전자 기체가 원형이다.
밴드와 갭 — 주기 퍼텐셜에서 허용 에너지가 띠로 갈라지는 것을 8절의 디랙 빗이 가장 짧게
보여 준다. 7.7의 블로흐 정리·크로니히–페니 모형이 이것의 일반형이다.
가전자대의 구조 — 규소의 가전자대가 Γ 점에서 무거운 정공·가벼운 정공·분리 밴드 셋으로
갈라지는 이유가 3절의 각운동량 합성(l=1 과 s=1/2 를 더해 j=3/2,1/2)이다(7.9.5).
도펀트와 결합 — 규소의 원자가 전자 넷과 인·붕소의 다섯·셋이 6절의 껍질 구조에서 나온다.
공유 결합의 뿌리인 교환 상호작용은 7절이다.
자성과 스핀 소자 — 2절의 라모 세차와 제이만 분리가 ESR·NMR(7.13.12)과 스핀 큐비트의 언어이고,
7절의 교환 적분 J 가 강자성(7.13.8)과 MRAM(15.11)의 근원이다.
표기는 Griffiths·Schroeter 3판을 기준으로 한다. 이 장에는 같은 글자가 다른 뜻으로 쓰이는 짝이
유난히 많다 — 대소문자만 다른 s 와 S, 파울리 행렬의 σ 와 표준편차의 σ,
자기 모멘트 μ 와 화학퍼텐셜 μ, 두 종류의 파수 k 와 K. 절마다 다시 밝히지만
장 전체에 걸리는 것은 여기서 한 번 정리한다.
5.5.2에서 각운동량의 모든 성질은 교환관계 하나에서 나왔다. L=r×p 라는
정의를 쓴 것은 교환관계 [Lx,Ly]=iℏLz 를 얻을 때 뿐이고, 그 다음 — 사다리 연산자,
고유값 ℏ2l(l+1) 과 ℏm, m 의 범위 — 은 전부 교환관계만으로 나왔다. 그러니
r 과 p 없이도 같은 교환관계를 만족하는 연산자 셋이 있으면, 그것도 각운동량이다.
이고 m=−s,−s+1,…,s 다. 궤도와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궤도에서는 l 이 정수여야
했는데, 그 이유는 고유함수 eimϕ 가 ϕ→ϕ+2π 에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스핀에는 공간 파동함수가 없으므로 그 조건이 없고, 대수가 허용하는 값
s=0,21,1,23,… 가 전부 가능하다. 그리고 궤도 각운동량 l 은 입자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스핀 s 는 입자의 종류에 붙박인 상수다. 전자·양성자·중성자는
s=21, 광자는 1, 파이온은 0 이고, 이것은 질량이나 전하처럼 바꿀 수 없다.
s=21 이면 m=+21,−21 둘뿐이다. 스핀의 상태 공간은 2차원이고, 기저 둘을
χ+=(10)(스핀위,m=+21),χ−=(01)(스핀아래,m=−21)
로 잡는다. 일반 상태는
χ=(ab)=aχ++bχ−,∣a∣2+∣b∣2=1
이고 이 2성분 열벡터를 스피너(spinor)라 한다. 5.4.7의 언어로는 χ±=∣21±21⟩ 이고
a=⟨χ+∣χ⟩, b=⟨χ−∣χ⟩ 다. 무한차원 힐베르트 공간에서 하던 모든
일 — 내적, 에르미트 연산자, 고유값 문제, 측정 확률 — 이 여기서는 2×2 행렬과 2성분 벡터의
선형대수로 줄어든다(1.2.5벡터공간과 내적공간). 양자역학이 가장 투명하게 보이는 자리다.
연산자를 행렬로 쓰자. S2 는 두 기저 모두에 43ℏ2 을 주므로 단위행렬의 배수다.
Sz 는 대각이고, S± 은 사다리 공식에 s=21 을 넣으면
S+χ−=ℏχ+, S+χ+=0, S−χ+=ℏχ−, S−χ−=0 이다.
가장 단순한 경우를 손에 쥐어 두자. 스핀 위 상태 χ+ (a=1,b=0)에서 Sz 를 재면 언제나
+ℏ/2 이지만 Sx 를 재면 +ℏ/2 와 −ℏ/2 가 각각 확률 1/2 이다. 그리고
Sx 를 재어 +ℏ/2 를 얻은 순간 상태는 χ+(x) 로 무너지고, 이제 Sz 를 다시 재면
반반이다 — 처음의 “스핀 위”라는 정보는 사라졌다. [Sx,Sz]=0 이 실험에서 보이는 모습이
이것이고, 5.1.6의 슈테른–게를라흐 장치를 이어 붙이면 그대로 재현된다.
그림 5.6-1. 이어 붙인 슈테른–게를라흐 장치. 첫 SGz 로 S_z = +ħ/2 빔을 골라 SGx 에 넣으면 S_x = ±ħ/2 로 반반 갈라진다. 그중 +ħ/2 빔을 다시 SGz 에 넣으면 −ħ/2 가 절반 되살아난다 — S_x 를 재는 순간 S_z 의 값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다. 가운데 장치를 빼면 마지막 SGz 는 +ħ/2 만 내보낸다.직접 작도
분산도 바로 나온다. Sx2=4ℏ2I 이므로 어떤 상태에서든⟨Sx2⟩=ℏ2/4
이고
σSx2=⟨Sx2⟩−⟨Sx⟩2=4ℏ2−⟨Sx⟩2
이다. 5.4.6의 일반화된 불확정성 원리에 [Sx,Sy]=iℏSz 를 넣으면
σSxσSy≥2ℏ⟨Sz⟩
이고, χ+ 에서는 우변이 ℏ2/4 이면서 σSx=σSy=ℏ/2 라 등호가
성립한다. Sz 가 확정된 상태에서 Sx,Sy 는 최대로 불확정이다.
다(직접 곱해 보면 첫 성분이 cosθcos2θ+sinθsin2θ=cos2θ 로
돌아온다). 거꾸로 읽으면 — 규격화된 스피너는 전체 위상을 빼고 나면 정확히 (θ,ϕ)
두 실수로 정해지므로, 스핀 1/2 의 상태 하나는 단위구 위의 점 하나다. 이 구를 블로흐 구라
한다. θ=0 이 χ+, θ=π 가 χ−, 적도의 ϕ=0 이 χ+(x),
ϕ=π/2 가 χ+(y) 다. 기댓값 벡터
⟨S⟩=2ℏn^ 이 정확히 그 점을 가리킨다 — 위의 기댓값 공식에
a=cos2θ, b=eiϕsin2θ 를 넣으면 ⟨Sx⟩=2ℏsinθcosϕ
등이 나온다.
그림 5.6-2. 블로흐 구. 스핀 1/2 의 상태 하나가 구면 위의 점 하나이고, 기댓값 벡터 ⟨S⟩ 가 그 방향을 가리킨다. 북극·남극이 S_z 의 고유스피너, 적도의 x·y 방향이 S_x·S_y 의 고유스피너다. 구면에서 180° 떨어진 두 점이 힐베르트 공간에서는 직교(내적 0)한다 — 스피너 성분에 각이 θ/2 로 들어가기 때문이다.직접 작도
전자의 전체 상태는 위치 자유도와 스핀 자유도를 텐서곱한 공간에 산다. 가장 일반적인 꼴은
Ψ=ψ+(r)χ++ψ−(r)χ−, 곧 성분이 공간 함수인 2성분 스피너다.
∣ψ+(r)∣2d3r 은 ”r 근방에서 스핀 위로 발견될 확률”이고, 규격화는
∫(∣ψ+∣2+∣ψ−∣2)d3r=1 이다. 해밀토니안에 스핀이 들어오지 않으면 — 이 장의 4절부터
8절까지가 그 경우다 — 정상 상태는 인수분해된 꼴ψ(r)χ 로 잡을 수 있고,
공간 부분과 스핀 부분을 따로 다룬 뒤 곱하면 된다. 스핀이 해밀토니안에 들어오는 경우는 2절의
자기장, 그리고 5.8.3의 스핀–궤도 결합이다.
다. ⟨S⟩ 는 길이 ℏ/2 를 유지한 채 자기장 둘레를 각 α 로 기울어
돈다. 이것이 라모 세차(Larmor precession)이고 각진동수가 라모 주파수
ω=γB0
다. 전자는 ∣ω∣/2π=28.0GHz/T — 위 표의 공명 주파수와 같은 수인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세차 주파수는 두 준위의 에너지 차를 ℏ 로 나눈 것이고, 그 차에 해당하는 광자가
공명 흡수된다.
그림 5.6-3. 라모 세차. 왼쪽: ⟨S⟩ 는 B 둘레를 각 α 를 유지하며 돈다 — 고전적 팽이의 세차와 같은 그림이지만, 여기서 도는 것은 기댓값이다. 오른쪽: 세 성분의 시간 궤적. ⟨S_x⟩ 와 ⟨S_y⟩ 는 90° 어긋난 정현파이고 ⟨S_z⟩ 는 상수다. 그림은 γ > 0 기준이며 전자는 반대 방향으로 돈다.직접 작도
자기장이 공간에 따라 변하면 −μ⋅B 가 위치의 함수가 되어 힘이 생긴다.
5.1.6의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이 그것이다. Griffiths를 따라 B=−αxx^+(B0+αz)z^
로 놓자(∇⋅B=0 을 맞추려면 x 항이 필요하다). 해밀토니안은
H=−γB⋅S=−γ[−αxSx+(B0+αz)Sz]
이다. B0 가 크면 스핀이 z 축 둘레로 빠르게 세차하므로 Sx 는 평균이 0 으로 지워지고,
남는 것은 −γ(B0+αz)Sz 다. 그러면 z 방향 힘이
Fz=−∂z∂H=γαSz=±2γαℏ
로 스핀 상태에 따라 부호가 갈린다. 빔은 둘로 쪼개지고, 위쪽 빔은 χ+, 아래쪽 빔은
χ− 로 완전히 편극된다(전자는 γ<0 이므로 위·아래가 뒤바뀐다). 장치 자체가 Sz 의
측정 장치이자 상태 준비 장치다 — 앞의 그림에서 세 대를 이어 붙인 것이 그것이다. 고전 자석이라면
자기 모멘트의 방향이 연속으로 분포해 빔이 띠로 번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두 점으로 갈라진다는
것이, 스핀 성분이 ±ℏ/2 두 값뿐이라는 1절 결과의 실험적 증거였다.
로 합도 각운동량이다. 따라서 J2 과 Jz 의 고유값은 ℏ2j(j+1) 과 ℏm 꼴이어야
하고, 문제는 ”j1,j2 가 주어졌을 때 j 로 무엇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 고유상태를 원래
상태들로 어떻게 쓰는가”다.
두 자유도의 상태 공간은 텐서곱이고 차원이 (2j1+1)(2j2+1) 이다. 이 공간에는 자연스러운 기저가
둘 있다.
기저
대각인 연산자
상태 라벨
개수
곱 기저(비결합)
J12,J1z,J22,J2z
∣j1m1⟩∣j2m2⟩
(2j1+1)(2j2+1)
합 기저(결합)
J12,J22,J2,Jz
∣jm⟩
∑j(2j+1)
Jz=J1z+J2z 는 양쪽에서 다 대각이지만 J2=J12+J22+2J1⋅J2 는
곱 기저에서 대각이 아니다(J1⋅J2 가 J1z,J2z 와 교환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의 두 정규직교 기저이므로 둘은 유니터리 변환으로 이어지고(1.2.6선형 변환),
그 변환 행렬의 성분이 클렙슈–고르단 계수다.
∣jm⟩=m1+m2=m∑Cm1m2mj1j2j∣j1m1⟩∣j2m2⟩
Jz 가 양쪽에서 대각이므로 합은 m=m1+m2 인 항으로만 제한된다 — 이것이 계산을 작게 만든다.
Sz=S1z+S2z 를 걸면 m 은 차례로 1,0,0,−1 이다. m=1 과 m=−1 은 하나씩이므로
그것들은 반드시 s=1 의 상태다. m=0 이 둘이라는 것이 이 문제의 전부다 — 둘 중 하나는
s=1 에, 다른 하나는 s=0 에 속한다. 어느 조합인지는 사다리 연산자가 정한다. S−=S1−+S2−
를 꼭대기에 걸면
그림 5.6-4. 각운동량의 합성은 m 을 세는 일이다. 위: 스핀 1/2 둘의 곱상태 넷을 m 으로 줄 세우면 m = 0 이 둘이다. S₋ 사다리로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셋이 삼중항, m = 0 에 남는 직교 조합이 단일항이다. 아래: 스핀 1 과 스핀 1/2 을 합칠 때 m 값별 상태 수 1, 2, 2, 1 — 층마다 상자를 하나씩 j = 3/2 열이 가져가면 m = ±1/2 에 하나씩 남고 그것이 j = 1/2 다.직접 작도
정말로 S2 의 고유상태인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S1⋅S2 를 사다리
연산자로 풀어 쓰면
S1⋅S2=S1zS2z+21(S1+S2−+S1−S2+)
이고, ∣↑↓⟩ 에 걸면 4ℏ2(−1)∣↑↓⟩+2ℏ2∣↓↑⟩
이다. 대칭 조합과 반대칭 조합에 걸면 각각
m 을 세는 논리는 그대로 일반화된다. m=m1+m2 의 최댓값은 j1+j2 이고 그 상태는 하나뿐이므로
jmax=j1+j2 다. 한 단계 아래 m=j1+j2−1 은 (j1−1,j2) 와 (j1,j2−1) 로 둘인데
j=j1+j2 가 하나를 가져가므로 하나가 남고, 그것이 j=j1+j2−1 의 꼭대기다. 이렇게 층마다
하나씩 새 j 가 생기다가 상태 수가 더 늘지 않는 지점(m=∣j1−j2∣)에서 멈춘다.
j=j1+j2,j1+j2−1,…,∣j1−j2∣
개수가 맞는지는 ∑j=∣j1−j2∣j1+j2(2j+1)=(2j1+1)(2j2+1) 로 확인된다 — 기저 변환이니
차원이 보존되어야 한다. 그림의 아래 절반이 j1=1, j2=21 인 경우다. 6=4+2.
클렙슈–고르단 계수는 이 논리를 그대로 계산으로 옮긴 것이다. 꼭대기 ∣j1+j2,j1+j2⟩=∣j1j1⟩∣j2j2⟩
에서 출발해 J−=J1−+J2− 를 반복해 내리고, 각 층에서 이미 나온 것과 직교하는 조합을
잡는다(부호는 콘던–쇼틀리 규약: m1=j1 인 성분의 계수를 양으로). j1=1, j2=21 을
해 보면
다(둘째 줄은 J−∣2323⟩=ℏ3∣2321⟩ 와
L−∣11⟩=ℏ2∣10⟩, S−∣↑⟩=ℏ∣↓⟩ 에서).
Griffiths §4.4.3의 표(Table 4.8)는 이 계수들을 j1×j2 별로 모아 둔 것이고, 표의 수는
근호 안의 값이다. 계수는 전부 실수이고, 표를 가로로 읽으면 ∣jm⟩ 을 곱상태로, 세로로
읽으면 곱상태를 ∣jm⟩ 으로 전개한다 — 변환이 직교 행렬이라서 역행렬이 전치다.
Sakurai §3.8은 같은 계수를 점화식과 회전 행렬 D(j) 로 다시 유도하는데, 결과는 물론 같다.
슈뢰딩거 방정식 iℏ∂tΨ=HΨ 의 꼴은 5.2와 같고, 퍼텐셜이 시간에 무관하면
Ψ=ψ(r1,r2)e−iEt/ℏ 로 정상 상태를 잡는다. 두 입자가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 V=V1(r1)+V2(r2) — 변수분리(1.7.4변수분리법)가
되어 정상 상태는 곱이다.
ψ(r1,r2)=ψa(r1)ψb(r2),E=Ea+Eb
ψa,ψb 는 각각 한 입자의 정상 상태이고, a,b 는 그 양자수 묶음(n, 또는 nlm)의
약칭이다.
고전역학에서는 똑같은 공 둘도 하나에 이름표를 붙여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 양자역학에서는
궤적이 없다. 파동함수가 겹치는 순간 어느 것이 “입자 1”인지 말할 방법이 원리적으로 없고,
따라서 물리적 예측은 라벨 1↔2 를 바꿔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
∣ψ(r1,r2)∣2=∣ψ(r2,r1)∣2
교환 연산자P 를 Pψ(r1,r2)=ψ(r2,r1) 로 정의하면
P2=1 이므로 고유값은 ±1 뿐이다(1.3.1고유값 방정식과 특성 다항식). 그리고 두 입자가 동일하면
해밀토니안은 라벨을 바꿔도 같은 꼴이므로 [P,H]=0 — 5.7의 언어로 P 는 보존량이고, 처음에
P 의 고유상태였으면 영원히 그렇다. 자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곱 상태 ψa(r1)ψb(r2) 는 a=b 이면 대칭도 반대칭도 아니다. 허용되는
상태는 그것을 대칭화·반대칭화한 것이다.
(ψa⊥ψb 이고 규격화되어 있을 때 계수가 1/2 다.) 같은 단일 입자 상태 둘로
만든 이 두 함수는 에너지가 같다(Ea+Eb) — 상호작용이 없는 한. 상호작용이 들어오면
갈라지고, 그것이 7절의 교환 분리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 둔다. 첫째, ψ± 은 곱이
아니다 — 동일 입자는 상호작용이 없어도 얽혀 있다. 둘째, a=b 이면 ψ−≡0 이다.
이 한 줄이 5절이다.
보손은 구별 가능한 입자보다 가깝고, 페르미온은 멀다. 마치 보손끼리 끌어당기고 페르미온끼리
밀치는 힘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교환력(exchange force)이라 부르지만, 해밀토니안에 그런 항은
없다. 대칭성이 파동함수의 모양을 바꾼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겹침 적분 ⟨x⟩ab 는
ψa 와 ψb 가 같은 공간에 겹칠 때만 0 이 아니다 — 멀리 떨어진 두 전자는 동일
입자여도 구별 가능한 것처럼 다뤄도 된다는 뜻이고, 그래서 반도체 속 전자를 논할 때 우주 반대편의
전자를 반대칭화하지 않아도 된다.
그림 5.6-5. 교환 대칭이 밀도를 바꾼다. 무한 우물의 ψ₁, ψ₂ 에 입자 둘을 넣고 입자 1 을 x₁ = L/4 에 고정한 뒤 입자 2 를 찾을 확률밀도(같은 x₁ 에서 자른 단면)를 그렸다. 반대칭 조합(페르미온)은 x₂ = x₁ 에서 정확히 0 — 두 페르미온은 같은 자리에 올 수 없고, 그 주위에 '교환 구멍'이 파인다. 대칭 조합(보손)은 같은 자리에서 구별 가능한 경우의 두 배로 솟는다. 상호작용은 전혀 넣지 않았다.직접 작도
전자에는 스핀이 있으므로 두 전자의 상태는 공간 부분과 스핀 부분을 모두 가진다. 해밀토니안이
스핀에 무관하면 1절 말미처럼 인수분해할 수 있다.
Ψ(1,2)=ψ(r1,r2)χ(1,2)
반대칭 요구는 전체Ψ 에 걸린다 — 라벨 교환은 공간 좌표와 스핀을 함께 바꾼다. 3절에서
삼중항은 대칭, 단일항은 반대칭임을 보았으므로, 조합은 둘뿐이다.
공간 ψ
스핀 χ
전체
대칭 ψ+
단일항 (s=0, 반대칭)
반대칭 ✓
반대칭 ψ−
삼중항 (s=1, 대칭)
반대칭 ✓
스핀이 나란한 두 전자(삼중항)는 공간에서 서로 피하고, 스핀이 반대인 두 전자(단일항)는 같은
궤도에 들어갈 수 있다. 스핀은 해밀토니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공간 파동함수의 모양을
좌우한다 — 통계를 통해서다. 7절의 헬륨과 훈트 규칙, 자성의 교환 상호작용이 전부 이 표 한 장이다.
입자가 N 개면 요구는 “어느 두 입자의 (공간+스핀) 좌표를 맞바꿔도 부호가 ±” 이다.
보손이면 완전 대칭, 페르미온이면 완전 반대칭. 5절에서 이것을 행렬식으로 쓴다.
복합 입자는 구성 페르미온의 수로 정해진다. 홀수면 페르미온, 짝수면 보손이다. 4He
(양성자 2 + 중성자 2 + 전자 2)는 보손이라 초유체가 되고, 3He 는 페르미온이라 훨씬
낮은 온도에서 쌍을 지어야만 초유체가 된다. 반도체에서 세는 준입자도 마찬가지다 — 전자와 정공은
페르미온, 포논·광자·엑시톤(전자+정공)·쿠퍼 쌍(전자 둘, 7.14.7)은 보손이다. 어느 통계를 따르느냐가
6.4의 어느 분포로 세느냐를 정한다.
이다. 규격화할 수 없으니 상태가 아니다. 동일한 페르미온 둘은 같은 단일 입자 상태를 차지할 수
없다 — 파울리 배타원리다. 여기서 “상태”는 스핀까지 포함한 것이라서, 같은 공간 궤도라도 스핀이
↑ 와 ↓ 로 다르면 두 전자가 들어갈 수 있고, 셋째는 들어갈 수 없다. 4절의 표로
말하면 공간이 ψaψa 로 대칭이므로 스핀은 단일항이어야 하고, 단일항은 하나뿐이다.
보손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ψ+ 에 a=b 를 넣으면 ψa(r1)ψa(r2) 로
멀쩡한 상태이고, 오히려 4절의 교환력이 보손을 같은 상태로 모은다. 레이저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6.5.8)이 그것이다.
그림 5.6-6. 같은 무한 우물에 같은 여섯 입자를 넣었을 때. 보손(왼쪽)은 T = 0 에서 전부 바닥 n = 1 에 모인다. 스핀 1/2 페르미온(오른쪽)은 준위마다 스핀 ↑↓ 둘까지만 들어가므로 n = 3 까지 차오르고, 마지막으로 찬 준위가 페르미 준위 E_F 다. 총 에너지는 6E₁ 대 28E₁ — 이 차이가 8절의 축퇴 압력이고, 원자와 고체가 부피를 갖는 이유다.직접 작도
이것이 슬레이터 행렬식이다. 행렬식의 두 성질이 곧 페르미온의 두 성질이다 — 두 행을 바꾸면
부호가 뒤집힌다(반대칭), 두 열이 같으면 0 이다(배타원리). N=2 에서 전개하면 4절의 ψ− 가
나온다. 상호작용이 없는 N 페르미온계의 정상 상태는 정확히 이 꼴이고, 상호작용이 있으면
행렬식 하나로는 부족해 여러 행렬식의 중첩이 필요하다 — 그것이 하트리–폭 근사(행렬식 하나)와 그
너머(배치 상호작용)의 갈림이고, 4.2.10의 계산화학이 그 자리다. 보손의 대응물은 부호를 전부 +
로 바꾼 퍼머넌트(permanent)다.
Sakurai(§7.2)가 짚는 관찰 하나. 반대칭 파동함수는 qi=qj 에서 반드시 0 이므로 마디가
많고, 마디가 많은 함수는 기울기가 커서 운동 에너지가 높다. 페르미온계의 바닥 에너지가 같은
수의 보손계보다 높은 것은 그림의 28E1 대 6E1 처럼 준위를 위로 채워야 해서이기도 하지만,
파동함수의 모양으로 말하면 마디의 대가다.
이것이 페르미–디랙 분포다. 유도와 물리는 6.4.7에서 하고 반도체에서의 쓰임은 11.1.3이지만,
분모의 +1 이 어디서 왔는지는 여기서 분명하다 — 합이 n=0,1 두 항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보손은 n=0,1,2,… 를 다 더해 기하급수가 되고 분모가 −1 이 된다(6.4.8). T→0 에서
⟨n⟩ 은 E<μ 이면 1, E>μ 이면 0 인 계단이 되고, 그 문턱 μ(T=0) 이
페르미 에너지EF 다 — 그림의 “마지막으로 찬 준위”가 이것이다.
첫 합은 전자 각각이 핵에 끌리는 항이고 둘째 합이 전자끼리의 척력이다(21 은 쌍을 두 번
세지 않기 위해). 둘째 항이 없다면 문제는 변수분리되어 각 전자가 전하 Ze 의 수소형 원자
문제를 풀고, 단일 입자 상태는 5.5.5의 ψnlm 에서 a→a/Z, En→Z2En 으로 바꾼
것이다.
En=−n2Z2(13.6eV),반지름척도a/Z
전체 파동함수는 이 오비탈들로 만든 슬레이터 행렬식이고, 5절의 배타원리가 채움 규칙을 준다 —
오비탈 (n,l,ml) 하나에 전자 둘(ms=±21). 주양자수 n 의 껍질에는
∑l=0n−1(2l+1)=n2 개의 오비탈이 있으므로 전자 2n2 개가 들어간다: n=1,2,3,4 에
2,8,18,32.
이 근사만으로도 헬륨(1s2)과 네온(1s22s22p6)이 닫힌 껍질이고, 리튬의 셋째 전자가
n=2 로 밀려나 결합이 약한 이유가 설명된다. 그러나 둘째 항 — 전자간 척력 — 은 작지 않다.
헬륨에서 그 크기는 −109 를 −79 eV 로 바꾸는 30 eV 다(7절). 이것을 무시하지 않고 다루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림(screening)이다.
바깥 전자가 보는 핵의 전하는 안쪽 전자들이 가려서 Z 보다 작다. 그런데 얼마나 가려지는지는
바깥 전자의 궤도 모양에 달렸다. 5.5.4의 지름 함수를 보면 l 이 작을수록 원점 근방에
확률이 많다 — s 전자는 핵을 파고들어 가려지지 않은 Ze 를 보는 시간이 길고, d 전자는
원심 장벽 ℏ2l(l+1)/2mr2 에 밀려 바깥에 머물며 가려진 작은 전하를 본다. 그래서 수소에서는
같은 n 이면 l 에 무관하게 축퇴였던 준위가 다전자 원자에서는 l 이 작을수록 낮게 갈라진다.
가림이 충분히 세면 4s 가 3d 아래로 내려온다.
그림 5.6-7. 수소의 l 축퇴가 다전자 원자에서 풀린다. 왼쪽은 수소 — 에너지가 n 에만 달려 2s = 2p, 3s = 3p = 3d 다. 오른쪽은 가림이 있는 다전자 원자 — l 이 작을수록 핵을 파고들어 덜 가려지므로 낮아지고, 4s 가 3d 아래로 내려온다. 칼륨과 칼슘이 3d 대신 4s 를 먼저 채우는 이유다. 에너지 축은 실척이 아니다.직접 작도
채움 순서는 그래서 n 순서가 아니다.
1s2s2p3s3p4s3d4p5s4d5p6s4f5d6p⋯
경험 규칙(마델룽)은 ”n+l 이 작은 순, 같으면 n 이 작은 순”이다. 주기율표의 주기 길이
2,8,8,18,18,32 가 이 순서에서 나온다 — 2n2 이 아니라 4s 뒤에 3d 가 끼고
6s 뒤에 4f 가 끼는 순서다. 전자 배치는 1s22s22p63s23p2 (규소)처럼 적고,
안쪽의 닫힌 껍질은 앞선 비활성 기체로 줄여 [Ne]3s23p2 라 쓴다.
부껍질이 부분적으로 차 있으면 전자를 어느 ml, ms 에 넣을지 여러 방법이 있고, 전자간
척력 때문에 그 방법들의 에너지가 다르다. 바닥 상태를 고르는 경험 규칙이 훈트 규칙이다.
전체 스핀 S, 전체 궤도 각운동량 L, 전체 J 로 상태를 라벨하고(3절의 합성), 라벨을
항 기호2S+1LJ 로 쓴다 — L=0,1,2,3 을 S,P,D,F 로 적는다.
S 를 최대로. 스핀이 나란한 전자들은 4절의 표대로 공간 파동함수가 반대칭이라 서로 피하고,
척력 에너지가 작다. 7절의 교환 적분 J>0 이 이 규칙의 계산이다.
그 S 에서 L 을 최대로. 같은 방향으로 도는 전자들은 마주칠 일이 적다.
J 는 부껍질이 반 이하로 찼으면 ∣L−S∣, 반 넘게 찼으면 L+S. 스핀–궤도 결합(5.8.3)의
부호가 반 채움을 경계로 뒤집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나오는 원소 몇을 적어 둔다.
원소
Z
전자 배치
바닥 항
원자가 전자
B
5
[He]2s22p1
2P1/2
3
C
6
[He]2s22p2
3P0
4
N
7
[He]2s22p3
4S3/2
5
O
8
[He]2s22p4
3P2
6
Al
13
[Ne]3s23p1
2P1/2
3
Si
14
[Ne]3s23p2
3P0
4
P
15
[Ne]3s23p3
4S3/2
5
Cu
29
[Ar]3d104s1
2S1/2
1
Ga
31
[Ar]3d104s24p1
2P1/2
3
Ge
32
[Ar]3d104s24p2
3P0
4
As
33
[Ar]3d104s24p3
4S3/2
5
탄소 2p2 를 예로 규칙을 돌려 보면: 전자 둘을 스핀 나란히(S=1) 서로 다른 ml 에 넣고,
L 을 최대로 하려면 ml=1,0 에 넣어 L=1; 부껍질(6자리)의 반 이하이므로 J=∣L−S∣=0 —
3P0 이다. 규소는 3p2 로 같은 항, 산소는 2p4 로 “구멍 둘”이라 L,S 는 탄소와 같지만
반 넘게 찼으므로 J=L+S=2 다.
공간 부분이 대칭이므로 스핀은 단일항이어야 한다 — 헬륨 바닥 상태의 전체 스핀은 0 이고,
이것이 헬륨이 반자성인 이유다. 실측 바닥 에너지(두 전자를 다 떼는 데 드는 에너지의 음수)는
−78.975eV 다. 30 eV 의 차이가 전부 Vee 이고, 1차 섭동(5.8.1)으로
⟨ψ0∣Vee∣ψ0⟩ 을 계산하면(Griffiths §8.2의 적분)
ψ+ 는 단일항과, ψ− 는 삼중항과 짝을 이룬다. 전자를 각각 ψnlm 으로 둘 다
올린 상태는 에너지가 2×(−54.4/4)=−27 eV 로, 한 전자를 떼어 낸 He+ 의
−54.4 eV 보다 높아 자발적으로 이온화한다 — 그래서 헬륨의 속박 들뜬 상태는 전부 1snl 꼴이다.
단일항 계열을 파라헬륨, 삼중항 계열을 오르토헬륨이라 부르는데, 분광학이 이 둘을 별개의
원소처럼 취급했던 역사에서 온 이름이다(둘 사이의 천이는 스핀을 뒤집어야 해서 극히 약하다).
Vee 를 무시하면 ψ± 의 에너지는 같다(E1+En). 1차 섭동으로 갈라짐을 계산하면
(r12=∣r1−r2∣.) K 는 직접 적분(쿨롱 적분) — 두 전하 구름 ∣ψ100∣2 과
∣ψnlm∣2 의 고전적 정전 에너지다. J 는 교환 적분 — 고전적 대응물이 없다. 좌변에서는
전자 1 이 1s 에, 우변에서는 전자 1 이 nl 에 있어 두 전자가 궤도를 맞바꾼 진폭이다.
J 의 부호가 결정적이다. f(r)=ψ100∗(r)ψnlm(r) 로 놓으면
J=∬f(r1)V(r12)f∗(r2) 인데, 쿨롱 퍼텐셜의 푸리에 변환은
V~(q)=e2/ϵ0q2>0 이므로(1.8.6자유공간 그린 함수와 헬름홀츠 방정식의 1/4πr↔1/q2)
J=∫(2π)3d3qϵ0q2e2f~(q)2≥0
이다 — 전하 분포 f 의 자체 정전 에너지 꼴이라 언제나 양수다. 따라서 삼중항(E=K−J)이
단일항(E=K+J)보다 낮다. 물리적으로는 4절의 표 그대로다: 삼중항의 공간 파동함수는 반대칭이라
r12→0 에서 0 이 되고, 두 전자가 서로 피하므로 척력 에너지가 작다.
그림 5.6-8. 헬륨의 낮은 준위(바닥 기준, eV). 같은 배치 1s2s 에서 삼중항 2³S(19.82)가 단일항 2¹S(20.62)보다 0.80 eV 낮고, 1s2p 에서도 삼중항이 0.25 eV 낮다. 그 차이가 교환 적분의 두 배 2J 다. 바닥 1s² 는 공간이 대칭이므로 단일항뿐이고 1³S 는 존재하지 않는다. 24.59 eV 위는 He⁺ + e⁻ 의 연속 상태다.직접 작도
숫자를 보자. 1s2s 에 대해 1차 섭동 적분을 해석적으로 하면 K=8117Z(27.2eV)=11.4 eV,
J=72916Z(27.2eV)=1.19 eV 로 갈라짐 2J=2.4 eV 가 나온다. 실측은 0.80 eV —
세 배나 크다. 이유는 바닥 상태에서 본 것과 같다. 2s 전자는 1s 전자에 가려진 핵전하
Zeff≈1 을 보므로 Z=2 인 ψ200 보다 훨씬 퍼져 있어야 하고, 퍼진 궤도는
1s 와의 겹침이 작아 J 가 작다. 1차 섭동은 파동함수를 고치지 않고 에너지만 고치므로 이 효과를
놓친다. 그래도 부호와 순서는 맞다 — 삼중항이 아래, 그리고 1s2p 의 갈라짐(실측 0.25 eV)이
1s2s 보다 작다는 것까지(2p 는 원점에 마디가 있어 1s 와 덜 겹친다).
두 에너지 K±J 를 스핀만의 연산자로 다시 쓸 수 있다. 3절에서 S1⋅S2 가
단일항에서 −43ℏ2, 삼중항에서 +41ℏ2 이었으므로
Heff=K−2J−ℏ22JS1⋅S2
로 놓으면 단일항에서 K+J, 삼중항에서 K−J 가 정확히 나온다(넣어 보라). 상수를 버리면
하이젠베르크 교환 해밀토니안−2JS1⋅S2/ℏ2 이다. 스핀은 원래 문제에
없었는데, 궤도 자유도를 적분해 없애고 나니 스핀끼리의 유효 상호작용이 남았다 — 이것이 자성의
미시 이론(7.13.8)이 출발하는 자리다.
고체를 양자역학으로 다루는 가장 거친 모형은 이온을 통째로 지우는 것이다. 원자 N 개가 각각
자유전자 q 개를 내놓아(구리는 q=1) 전자 Nq 개가 부피 V=lxlylz 의 상자에 갇혀 있고,
전자끼리도 이온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놓는다(좀머펠트 모형, 7.6.2). 남는 것은 5.3.1의 무한
우물을 3차원으로 늘린 것뿐이다. 이 절에서 ρ=Nq/V 는 자유전자의 개수 밀도이고, a 는
뒤에서 격자 간격이다.
kF 가 페르미 파수, EF 가 페르미 에너지 — 5절의 “마지막으로 찬 준위”다. 오직 밀도
ρ 만이 이것을 정한다는 것을 눈여겨보자. 상자의 모양도 크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림 5.6-9. 페르미 구와 상태밀도. 왼쪽: k 공간의 격자점(2차원 단면). 간격 π/l 의 점 하나가 파수 상태 하나이고 스핀으로 둘이 들어간다. T = 0 에서 원점부터 반지름 k_F 까지 채워진다. 오른쪽: 반지름 k 의 얇은 껍질에 든 점의 수가 k² dk 에 비례하므로 에너지로 바꾸면 상태밀도가 √E 다. E_F 아래의 넓이가 전자 수 N 이다.직접 작도
가 3차원 자유전자의 상태밀도다. N=∫0EFgdE 를 계산하면 위의 EF 가 다시 나온다.
총 에너지와 평균 에너지는
Etot=∫0EFEg(E)dE=10π2mℏ2kF5V,NqEtot=53EF
다 — 바닥 상태인데도 전자당 평균 운동 에너지가 EF 의 3/5, 구리는 4 eV 다.
축퇴 압력.Etot 를 V 의 함수로 쓰면 Etot∝(Nq)5/3V−2/3 이므로,
상자를 줄이면 에너지가 오른다 — 이것이 압력이다.
P=−dVdEtot=32VEtot=52ρEF=5m(3π2)2/3ℏ2ρ5/3
온도도 척력도 없이, 오직 배타원리만으로 생기는 축퇴 압력이다. 체적 탄성률
B=−VdP/dV=35P 를 구리에 대해 계산하면 64 GPa — 실측 140 GPa 과 자릿수가 맞는다.
나머지 차이는 이온과 전자의 상호작용(7.3)이고, 5절의 직관 — 물질이 딱딱한 것은 통계 때문 —
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자유전자 모형은 왜 어떤 고체가 도체이고 어떤 고체가 절연체인지 말하지 못한다. 그 답은 지워 버린
이온에 있다. 이온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므로 전자가 보는 퍼텐셜은 주기적이다.
V(x+a)=V(x)
병진 연산자 D 를 Df(x)=f(x+a) 로 정의하면 퍼텐셜이 주기적이므로 [D,H]=0 이고, H 의
고유함수를 D 의 고유함수로도 잡을 수 있다. Dψ=λψ 에서 ∣λ∣=1 이면
ψ 가 한쪽으로 발산하므로 λ=eiKa (K 실수)여야 한다. 이것이 블로흐 정리다.
ψ(x+a)=eiKaψ(x)
한 칸 옮기면 파동함수는 크기가 같고 위상만 Ka 만큼 돈다. 그래서 한 칸 안에서만 풀면 결정
전체를 푼 것이다. 유한한 결정(칸 N 개)의 끝을 잇는 주기 경계조건 ψ(x+Na)=ψ(x) 를 걸면
eiNKa=1, 곧
K=Na2πn,n정수
이고, −π/a<K≤π/a (첫 브릴루앙 영역, 7.2.2) 안에 K 값이 정확히 N 개 있다. 5.7.8이
이 정리를 대칭성의 언어로 다시 다룬다.
델타 사이 0<x<a 에서는 자유 입자이므로 ψ=Asinkx+Bcoskx, k=2mE/ℏ 다.
블로흐 정리로 왼쪽 칸 −a<x<0 의 해를 적으면
ψ=e−iKa[Asink(x+a)+Bcosk(x+a)] 이고, x=0 의 델타에서 5.3.5의 두 조건 — ψ 는
연속, ψ′ 는 2mαψ(0)/ℏ2 만큼 뛴다 — 을 걸면 A,B 에 대한 연립이 되고, 그것이
자명하지 않은 해를 가질 조건이
cos(Ka)=cos(ka)+ℏ2kmαsin(ka)
이다(Griffiths §5.3.2). 이 한 줄이 밴드 구조다. z=ka, β=mαa/ℏ2 (무차원 세기)로
놓으면
cos(Ka)=f(z),f(z)=cosz+βzsinz
좌변은 −1 과 1 사이다. 그러므로 ∣f(z)∣≤1 인 z 만 허용되고, E=ℏ2z2/2ma2 이므로
허용된 에너지는 띠(밴드)를 이루며 그 사이는 어떤 K 로도 풀 수 없는 갭이다.
그림 5.6-10. 디랙 빗(β = 10)의 밴드. 왼쪽: f(z) = cos z + β sin z / z. |f| ≤ 1 인 z 구간(칠한 띠)에서만 cos(Ka) = f(z) 를 풀 수 있고, 띠 사이가 갭이다. 각 띠의 위 끝은 정확히 z = nπ — 델타에 마디가 놓여 퍼텐셜을 느끼지 않는 자유전자 해다. 오른쪽: 같은 해를 E 대 Ka 로 다시 그린 축소 영역 도식. 밴드 1·2 사이의 갭은 영역 경계 Ka = ±π 에서, 밴드 2·3 사이의 갭은 Ka = 0 에서 열린다. E₀ = ħ²π²/2ma² 는 폭 a 의 무한 우물 바닥 에너지.직접 작도
밴드 하나에 K 값이 N 개이므로 상태가 N 개, 스핀까지 2N 개다. 원자당 q 개의 전자
Nq 개를 넣으면 —
q=1: 첫 밴드가 반만 찬다. 바로 위에 빈 상태가 이어져 있어 전기장이 전자를 가속할 수
있다 — 도체(알칼리 금속, 구리).
q=2: 첫 밴드가 꽉 찬다. 다음 빈 상태는 갭 너머에 있다. 갭이 kBT 보다 훨씬 크면
절연체, 몇 kBT 정도면 열로 전자가 넘어가는 반도체다(7.7.8·11.1.1).
일반적으로 원자당 전자가 홀수면 도체, 짝수면 절연체 또는 반도체다(밴드가 겹치는 예외는 7.7.8).
규소의 원자가 전자 넷(6절)이 “짝수”이고, 그것이 가전자대를 꽉 채운 채 1.1 eV 갭을 남기는 것이
반도체 규소의 정체다.